벌레·악취걱정 던 해준이네

방 3개짜리 집다운 집 옮겨가

안정적인 삶 이어갈 생각하니

고마움으로 울다가 웃기도

숨막히는 절망 끝에 건진 삶

용기 내 제대로 살기위해 노력

▲ 해준이 엄마와 해준이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에 보내온 감사편지.
본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는 ‘집다운 집으로’ 캠페인을 통해 집 안까지 벌레가 돌아다니는 상가 건물에서 생활중인 해준(가명·13)이네 사연(본보 지난 16일 8면)을 소개한 바 있다. 해준이네 삼남매는 집안을 돌아다니는 벌레로 밤잠을 설쳤고, 주변 상가에서 내뿜는 악취로 고통받으며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해준이 엄마는 벌레가 나오는 집을 벗어나기 위해 청소도 해보고 이사비 마련을 위해 근로활동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개인 파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구직활동마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건강 악화까지 겹쳤고 나날이 밀리는 공과금과 월세, 아이들의 식비까지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해준이 엄마 A씨는 “마음 속으로 살고싶다, 살아야 한다고 외쳤지만 답답한 현실들이 숨통을 막히게 했다”며 “여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절망감은 저를 더 힘들게 했다”고 회상했다.

사연 소개를 통해 지역사회 곳곳에서 아동 가정의 주거비 지원 의사를 밝혀왔고 후원을 통해 ‘집다운 집으로 4호 나눔천사’가 탄생했다. 주거비 지원 결정 소식을 접한 해준이네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A씨는 “몇 년 만에 웃으면서 울었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일면식도 없는 저희가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아도 되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했다. 해준이도 “엄마가 후원자 이야기를 해주면서 마음이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얘기해주셨다. 마음의 그릇이 커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이번 지원을 통해 해준이네는 LH 전세임대 보증금의 본인부담금과 보육비를 지원받게 됐다. 사연 소개 후 현재 해준이네는 이사할 주택을 결정하고 계약을 위해 법무사와 접촉을 마쳤다. 기존 거주하던 상가 밀집지역을 벗어나 안정적인 주거 생활권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앞으로 해준이네가 살게 될 거주지는 방 3개로 이전보다 넓은 주거환경이다. 해준이네 삼남매도 각자 방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해준이는 “이사를 하면 저도 혼자 쓰는 방이 생긴다.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이사가서 생길 방을 상상해보니 너무 좋아서 자꾸 웃게 된다”고 말했다.

아직 이사를 하지 못했지만, 거주지 이전이 확정된 것 만으로도 해준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꾸준히 약물 복용과 상담을 받고 있고, 주거 안정성까지 더해지며 정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크게 해소됐다. 또 삼남매의 등하교 소요 시간도 줄어들었다.

월세 주거지에서 전세 주거지로 이사하면서 월 40만원에 달하던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게 됐다. LH 전세임대 사업에 선정되면서 전세 보증금의 대부분은 LH를 통해 지원받게 됐고, 아동 가정이 자부담해야 하는 보증금의 본인부담금은 이번 4호 나눔천사의 지원으로 마련하게 됐다.

엄마 A씨는 “누군가에게 나누는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여러분이 제게 세 아이 곁에서 용기 잃지 않고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아이들이 바른 곳을 향해 걷고 더 큰마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키며 저 역시도 용기를 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울산지역 아동들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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