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이익공유제 건의문’ 채택
코로나 피해·수혜기업 구분 곤란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율성 필요
세금납부·일자리 창출 등도 도움
외국계기업 적용땐 국가간 분쟁

▲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간담회 및 출범식에 참석한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제공

여당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해 산업계가 우려를 표했다.

자동차·기계·섬유 등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1일 자동차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익공유제에 대한 KIAF 건의문’을 채택했다.

KIAF는 상생 협력을 강화하려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상생 방안 모색과 이익공유제 도입에 있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본 기업과 피해를 입은 기업을 구분하거나 이익과 손실의 규모를 명확히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혜를 본 기업이라 하더라도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마케팅 등 자구 노력 없이는 이익 창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이익 발생분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KIAF는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국제 관광 대신 국내 근거리 관광이 늘어나는 추세를 이용, 거주지 인근 숙박시설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개편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며 “이런 경우 수혜 기업인지 피해 기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활동으로 인한 이익이 주주의 권리로 인정되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영업이익을 아무 관련이 없는 기업과 공유할 경우 배임죄가 적용되거나 소송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협력으로 얻은 성과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라는 환경적 요소만 고려해 이익 창출과 무관한 기업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기업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적용할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적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IAF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어려운 계층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내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고 신산업 분야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정부는 기업이 신성장 산업이나 일자리 창출 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하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이 낸 세금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 공유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KIAF는 “성과공유제 등을 통해 협력사와 상생 협력하고,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영끌’ ‘빚투’ 열풍 속에 실적을 끌어올린 은행권이 이익공유제의 대표 업종이 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은행권을 코로나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종으로 찍은 상태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11조원에 육박한다. 은행 부문 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지만, 증권, 캐피털,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별보로금으로 통상임금의 200%에 격려금 150만원을 얹어준 KB금융의 예에서 보듯 은행권이 표나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도 정치권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 차원에서 이익공유 자체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다만 자의적 자발성에 기대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뚜렷한 원칙과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제도적, 법적 틀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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