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아동 출신 은우씨네
경상일보 - 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쓰레기로 가득찬 은우씨의 집.

부모 이혼 후 시설에서 생활
지난 2018년 만 18세 되면서
공동생활가정 나와 자립 노력
코로나 탓 일자리 잃고 좌절
쓰레기 가득찬 집에서 발견
임대인, 퇴거·원상복구 요구

은우(가명·23)씨는 보호종료아동 출신이다. 아동복지시설·가정위탁보호·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 이상 자립연령 도래 등을 이유로 시설을 퇴소하거나 위탁 종료된 경우 보호대상아동에서 종료된다.

은우씨는 지난 2018년 울산 소재 공동생활가정에서 퇴소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그는 여러 기관을 거쳐 공동생활가정에 정착했다. 보호대상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는 해에 ‘열여덟의 공포’가 찾아온다. 그룹홈이라고 불리는 공동생활가정에서 더 이상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우씨는 시설에서 퇴소한 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경제활동의 필요성을 느껴 자퇴 후 울산 소재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생산직으로 일하며 회사 기숙사 등에서 생활하던 은우씨는 혼자 거주할 임대주택도 마련했다.

그러나 자립해 홀로 생활한 지 몇 개월이 지난 뒤 은우씨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은우씨의 공동생활가정 선생님 A씨는 적어도 월 1~2회는 연락을 주고받았던 은우씨가 오랜 기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어린 시절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은우씨가 마음쓰였기 때문이다. A씨가 은우씨 집을 수 차례 찾아갔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경찰 입회 하에 은우씨가 살고 있는 집 현관을 강제로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충격적이었다.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은우씨가 발견됐기 때문.

▲ ※울산지역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상황을 알아보니 은우씨가 자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됐고 경기 악화로 지난해 6월 회사를 그만뒀다. 은우씨는 자립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으로 변한 기분이었지만, 이런 그를 지지하거나 도와줄 가족은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집 안에서만 생활하게 된 은우씨는 그렇게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쓰레기 가득한 집에서 발견된 은우씨는 다행히 건강상 큰 이상은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소아당뇨로 인슐린 주사 등 건강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집이라고 한다. 현 거주지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집 청소에만 수십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현 거주지 임대인이 퇴거와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어 소요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가족 하나 없는 은우씨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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