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울산시 북구 강동관광단지에 건립하기로 했던 자동차박물관이 무산될 위기다. 현대차가 자동차박물관 건립 의향서를 내고 부지를 확보한 지 16년만이다. 오랜시간 지지부진 시일만 끌어오다가 최근 ‘자동차박물관 건립을 위한 부지확보가 충분치 못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계획 철회의사를 밝혔다. 이미 현대차 측에서는 울산시에 “토지부족으로 건립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에대해 울산시는 재차 박물관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고 할 뿐이다.

현대차가 자동차박물관 건립계획을 내놓은 것은 2005년이다. 울산시에 북구 강동동 산하도시개발지구 내에 연면적 7400㎡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자동차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재 확보된 자동차박물관 건립 부지는 1만2200㎡다. 그런데 이제와서 현대차는 자동차박물관 건립을 위해서는 최소 1만6500㎡의 부지가 필요한데 더 이상의 부지확보가 어렵다며 박물관을 짓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2009년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 2019년 강동 키즈오토파크 건립 등을 거론하며 그동안 지역사회에 적잖은 환원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가 울산에 공장을 건립한 것은 1967년이다. 현대차와 울산시민이 함께 해온 54년간의 역사를 고려하면 현대차의 지역 기여는 미흡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현대차 울산공장 그 자체로 지역발전에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했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인 자동차도시에는 거의 대부분 자동차박물관이 있다. 그 박물관 대부분이 자동차 기업이 건립, 운영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박물관은 8층 규모에 벤츠 130여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연간 방문객만도 100만명이 넘는다. 일본 나고야에는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방직공장부터 시작해 세계 1위의 완성차업체가 된 자동차산업까지 도요타의 역사가 1만4133㎡의 전시장에 펼쳐져 있다. 기업의 역사이자 후세를 위한 산교육장이면서 도시의 관광자원이자 브랜드이다.

근래들어 기업평가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 Social, Corporate Governance)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전국 여러 곳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도 곳곳에서 ESG를 실천하고 있겠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자동차 공장을 두고 있는 울산에서 자동차박물관 건립계획을 철회한다면 분명 사회적 의무를 등한시했다는 평가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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