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4천224억원 지급 판결…2심, 중식비·수당 등 극히 일부 제외
법원 “매출액·수익성 비춰 기업 존립 위태로워진다 보기 어려워”
노조 “기아차, 판결 따라 체불임금 지급하라”

▲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인정금액이 소폭 줄었지만 사실상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기아차는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22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천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1심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중식비와 가족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원금이 1심의 3천127억원보다 1억원 줄었다. 다만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총 지급액은 1심의 4천224억원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중식대는 근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가족 수당 역시 “일률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기아차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 경우 최대 1조672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회사 경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아차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 보유 현금과 기업의 계속성·수익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기아차는 2008년부터 매년 연평균 1조7천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매출액으로 따지더라도 기아차가 주장하는 ‘우발 채무’의 비율은 3.3%에 불과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또 기아차가 보유한 현금과 금융상품도 2018년 기준 약 7조1천589억원으로 나타났다며 “우발 채무를 즉시 변제하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조 강상호 기아차 지부장은 선고 직후 “세부 항목에서 일부 패소한 게 있지만 거의 1심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기아차는 2심 판결을 준용해서 체불임금 지급을 더 지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지부장은 “9년째 이어진 소송이 오히려 기아차 회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노조도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노사가 논의하는 통상임금 특별위에서 조기에 원만히 타결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노조를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도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신의칙을 강하게 다퉜는데 다시 한번 법원이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사측은 법원 판결에 따라 당장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2014년 10월에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냈다. 

2011년 소송을 낸 노조 측이 회사에 청구한 임금 차액 등은 총 6천588억원이다. 이자 4천338억원을 더하면 총액은 1조926억원에 달한다.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3년 치 임금이다. 

1심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대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사측은 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산정한 미지급 임금은 3년 치 4천224억원(원금 3천127억원과 지연이자 1천97억원)이었다.

1심은 기아차 측이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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