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가 봄일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밤이 춥지 않아 설레기 시작할 때부터다. 그렇다면 봄의 절정은 언제일까? 살구꽃이 한창일 때다. 한식과 청명 시절 핀다는 살구꽃은, 울산에서는 3월 말에 핀다.꽃 모양은 매화나 벚꽃과 비슷하지만, 매화가 질 때 살구꽃이 피고 살구꽃이 질 때 벚꽃이 핀다. 벚꽃까지 다 진 마당에 살구꽃 이야기를 하자니 머쓱하지만, 울산과 인연 깊은 시인의 살구꽃 시 한 편 읽는 것으로 봄의 끝자락을 잘 매듭짓기로 한다.오경의 등불 그림자 지워진 화장 비추는데이별을 말하려 하니 애가 먼저 끊어지네.
자두의 우리말은 ‘오얏’으로 자두꽃은 ‘오얏꽃’이라고도 불린다. ‘자두’라는 이름은 ‘진한 보라색, 복숭아를 닮은 열매’라는 뜻으로 부르던 ‘자도(紫桃)’가 변한 것이다. 4월에 꽃이 피고 7월에 열매를 맺는다. 자두나무는 에서 “주나라에서는 매화와 오얏을 꽃나무의 으뜸으로 쳤다”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귀한 나무였다. 보통 ‘도리화(桃李花)’라고 하여 복숭아꽃과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자두꽃은 봄 풍경을 노래하는 작품에서 복숭아꽃과 함께 언급된다. 이는 두 꽃이 피는 시기가 거의 같고, 하얗고 작은 꽃잎이 무성하
배꽃은 남부지방에서 3, 4월에 개화한다. 배는 상큼한 식감을 자랑할 뿐 아니라 전통 음식인 갈비찜이나 육회 등의 요리 재료로 쓰인다. 배를 뜻하는 한자 ‘리(梨)’는 이별을 뜻하는 ‘리(離)’ 자와 동음이어서 이별을 의미하므로 배는 친구나 연인 사이에는 선물하지 않은 과일이었다.배꽃은 낮에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특히 주목받았다. 달밤의 배꽃은 달빛 속의 매화와 더불어 봄밤의 운치 있는 정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작품이 이조년(李兆年, 1268~1343)의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
새봄이다. 캠퍼스 목련나무엔 꽃봉오리가 막 부풀기 시작했다. 목련(木蓮)은 연꽃을 닮은 꽃이 나무에서 핀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가지 끝에 매달린 목련 꽃봉오리는, 가만 보면 꼭 붓처럼 생겼다. 그래서 목련꽃을 ‘목필화(木筆花)’라고도 한다.고려 때 시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목련 꽃봉오리의 이런 모양에 착안하여 ‘목필화’라는 시를 지었다.天工狀何物(천공상하물) / 하늘이 무슨 물건 그려 내려고先遣筆花開(선견필화개) / 목필화를 먼저 피게 하였나.好與書帶草(호여서대초) / 서대초와 함께詩家庭畔栽(시가정반재) / 시인
진달래는 다른 꽃들보다 이른 시기, 잎이 나기 전에 피는 꽃으로 나뭇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돋기 전 오직 붉은 색으로만 온산을 물들이는, 그야말로 봄을 알리는 꽃이다. 옛 문인들은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불렀는데 여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의 촉(蜀)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가 고국에서 쫓겨난 뒤 고향땅을 그리워하다 죽었는데, 그 넋이 두견새가 되어 밤새 목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그 통한의 피눈물로 꽃잎을 붉게 물들인 것이 바로 진달래꽃이다. 그래서인지 옛 시인들의 작품에서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도 산속에
지난 2월 4일은 입춘이었다. 입춘은 봄기운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절기로 이때부터 봄철이 시작된다고 한다. 높은 산 고갯마루에는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서 조석으로 한기가 몸을 휘감지만 한낮의 따스한 햇살은 봄이 가까이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매화는 예로부터 봄을 재촉하는 꽃으로 인식하여 시인묵객들이 다양한 시와 그림을 남겨 놓았다. 매화는 섣달에 피는 납매로부터 설중매, 홍매, 백매, 청매, 분홍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문헌에 등장하는데 공통점은 대체로 봄의 전령사로서 선비의 고결한 기개를 상징한다는 점이다.섣달의 눈 속에 피어 있으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