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증후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선수들의 연이은 승리에 도취하고, 감동하고, 감격하기는 국민전체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4강에서 머문 아쉬움에다 잔치 뒤끝의 허탈감은 뜨거운 열기만큼 깊을 것으로 여겨진다. 48년만에 이뤄낸 월드컵 본선대회의 첫승리,사상최초의 16강 진출, 8강을 거쳐 4강으로 이어진 신화창조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잠깐이라도 축구가 전부라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광기에 가까운 이런 열정이 뒷받침 되었기에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할 수 없었던 월드컵 대회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 할수 있었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일 새로 쓰여지는 축구의 역사에 국민들은 월드컵대회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마감했다. 학교에서는 수업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바람에 기말고사 일정을 조정했는가 하면 단축수업을 하기도 했고 일부 월드컵 개최도시의 학교들은 임시휴교까지 했었다. 제조업체들도 월드컵 중계시간 마다 조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생산성 저하를 걱정하고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축구중계를 보거나 한국선수들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거리응원에 나서고 새벽까지 승리의 뒤풀이를 하느라 일반 직장에서도 업무가 제대로 될리 없었을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 증세에 병원까지 찾고있다 한다. 또 많은 직장인들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에 대한 의욕도 잃고 마냥 서성이고 있으며 평소 축구에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가정주부들까지 허탈감을 호소하니 과연 축구열풍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할 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일종의 정신공황 상태로,또는 금단증세로 진단 하기도 한다.

 잔치는 끝났다. 이제 흥분을 가라 앉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미뤄 놓았던 일들을 차분히 처리할 차례다. 축구는 어디까지나 축구일 뿐이다. 모두 각자의 일터에서 월드컵대회 이후의 일들을 준비하도록 하자. 환희와 기쁨을 다시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월드컵 기간에 분출됐던 에너지를 각자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