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불치로 여겼던 많은 병들이 치료되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더 고통스럽고 살기가 어렵다는 역설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요즘은 살기가 어렵고 바쁘다. 그런데 냉정히 생각하면 모든 일들이 각박하게 돌아가고 경쟁 또한 치열하므로 바쁘다는 것이지, 옛날 노동으로 생계를 잇던 농경사회에서 육체적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요즘은 옛날에 비해 병들도 험해지고 병이 독해지는지 잘 낫지도 않는다", "옛날에는 감기에 걸려도 약 몇 첩만 먹으면 나았는데 요즘은 무슨 감기가 이렇게도 독한지 빨리 낫지 않는다" 고 말하는 환자들의 푸념이 현대 질병의 특성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한의학 최고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황제와 신하인 기백의 대화중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황제가 "옛날 사람들은 나이가 백세가 되어도 동작이 쇠퇴하지 않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50세 때 벌써 동작이 쇠퇴하고 근과 골이 연약하여지니 이러한 현상은 무엇 때문인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기백은 "옛날사람들은 양생의 법도를 알아서 음양 조화를 꾀하고 음식을 조절하고 기거가 규칙적이며 함부로 과욕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오늘날은 과음하고 그릇된 짓을 함부로 하고 취한상태에서 성희를 즐기니 정기가 고갈되고 정신력이 해이하며 둔해지고 체력이 약해져서 반백이 못되어도 쇠퇴해지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우리는 요즘 병이 독해서라기 보다는 이를 몰아내는 사람의 정기 즉 저항력이 약해져서 병세도 깊어지고 치료시간도 길어짐을 알 수 있다. 병세의 깊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악성 질환도 환자의 정기가 강하면 치료도 용이할 뿐 만 아니라 예후도 그만큼 좋다.

사실상 요즘은 너무 한가해서 병을 얻게 되는 일이 많다. 편안한 것을 즐기는 사람은 운동이 부족하고 기와 혈이 남아 도니까 고량진미와 술을 먹고 즐기는 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몸은 비만해지고 더욱 움직이기를 싫어해서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눕기를 좋아한다. 자연히 경맥이 통하지 않게 되어 기혈의 통행이 자주 막히고 순조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일을 보고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로 몸과 마음은 아주 편하다. 항상 기혈이 막히는 일이 없이 몸의 구석구석을 쉴 새 없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어느 책의 제목과도 같이 정말로 누우면 죽는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