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하다 눈 주변 다친 고교생

지난 주 어느 날 오후, 키가 훤칠한 고등학생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학 선배의 아들인 녀석은 눈가에 붙여둔 반창고를 떼고는 "선생님 봉합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하고 묻는 것이다. 1㎝ 정도의 작은 상처지만 그래도 봉합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일단 봉합하기로 하고, 수술대에 눕혀서 간단한 봉합수술을 했다.

수술을 다 마치고나서 그 녀석은 자기 부모들에게는 알리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을 하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자, 덧니를 드러내고 살짝 웃으면서 고맙다며 다음 용돈 받으면 꼭 맛있는 것을 사갖고 오겠다면서 진료실 문을 나섰다.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4개월쯤 전이었다. 그 날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차에 휴대전화 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선배의 조금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애가 학교에서 친구랑 다투다가 눈을 맞았는데 근처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성형외과에 가보라는데, 늦은 시간에 미안하지만 한 번 봐줄 수 있겠나?" "마침 제가 병원 근처에 있으니까 병원으로 오세요."

선배의 아들은 눈 밑에 약 2㎝ 정도의 작은 열상을 동반하고 있어서 일단 봉합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검사를 해보니, 열상뿐 아니라 코뼈가 골절이 되어 있었고, 안구를 둘러싸고 있는 안와골에도 골절이 의심됐다. 특히 안와골은 눈을 아래로 볼 때 물체가 두개로 보이기 때문에 정확히 수술을 해서 치료하지 않으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불편할 수가 있다.

일단 선배 부부를 안심 시키고, 다음날 오전 근처 방사선과에서 얼굴뼈에 대해서 정확한 방사선 촬영을 권했다.

확인 결과 안와 골절을 동반한 비골 골절이어서 수술을 해주었다. 얼굴에 열상이 생긴 경우 코나 주변의 얼굴뼈에 골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이런 골절을 간과하다가 뒤에 많은 후유증이나 혹은 얼굴의 변형을 초래하는 경우들이 있다.

선배 아들처럼 안면 골절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고, 적절한 수술을 받게 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후유증 없이 만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 녀석은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현상도 없고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장난끼는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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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용 정앤정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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