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장안읍 월내리 신고리 원전서 수천, 수만년 것으로 추정되는 고동물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고래의 골격과 연체동물 패각 등이 발견된 것이다. 이곳의 자연사 유물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덤프트럭 운전사 박모씨다. 13일 길이 1곒, 두께 17㎝ 가량의 흰 뼈를 발견, 이를 부산시에 신고하자 부산시가 부산대학교 자연사, 미래환경학회에 확인을 의뢰하면서 참고래의 척추뼈로 밝혀졌다.

자연사, 미래환경학회는 이 척추뼈 외에도 공사현장에서 고래 늑골 조각과 백합과 홍합 등 부족류와 소라 등 부족류 껍질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직경 3곒 크기의 바위 속에 박힌 극피동물과 연체 동물 화석도 출토했다. 문제는 출토 유물들이 자연사 유물로서의 가치가 높은데도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원전 건설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있는데 있다. 더구나 이같은 사실을 숨기다가 뒤늦게 자료를 공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고리원자력본부에서도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고리원전 공사의 차질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동물 화석이 대량 발굴됐다면 그 장소가 예사로운 곳은 아니다. 따라서 화석이 나온 장소와 그 주변에 대해 공사를 중단했어야 했다. 그간의 진행 과정으로 볼 때 고리원자력 본부는 이것을 간과한 듯 싶다. 공사현장의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유물과 화석 등이 발굴됐으면 정확하게 절치를 밟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신고리원전 공사 현장인 장안읍 월내리 일대는 고래도시 울산과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다. 당장에 학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도 그동안 발굴된 것들이 자연사 유물로서의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리원자력본부의 말처럼 "고래뼈 화석 발견 사실이 이미 문화재청에 보고됐다"면 더 이상 공사강행은 말아야 한다. 문화재청의 지시가 떨어지는대로 발굴 작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현장과 그 주변을 온전하게 보존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선사시대부터 고래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전문가들이 고래뼈와 여타 화석의 연구를 통해 고동물의 역사적 변천사를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고리원자력 본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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