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서울에서 9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핵파문 격랑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교류는 차기정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일단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9차 회담 일정이 사전에 확정되지 않아 과연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 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고 보면 무척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데서 우려가 없는 것이 아니다. 켈리 미국 특사가 회담에 앞서 방한할 예정이고 회담이 열리는 날 볼튼 국무부 차관이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 북측의 연기 요청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 한.미 논의 결과에 따라 장관급 회담의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미국발 풍향이 어떻든 간에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과 공존의 방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북측에서도 강조하는 민족공조의 참모습일 것이다.

 핵문제, 육로연결, 면회소 설치, 이산가족 추가상봉 등 눈 앞에 닥친 현안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것이 없다. 이번 접촉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추려낸 다음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관급 회담에서 핵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딱히 해결책이라고 제시할 수도 없는 형편에서 과도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대북특사 파견을 논의하는 수준에서 끝내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육로연결은 미군측이 난데 없이 정전협정의 철저한 준수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남측 당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미측과 북측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옹색한 지경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정전협정에 대한 남측의 입장이 먼저 정리돼야 이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간 현안 해결에 그 어느 때보다 남측 당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고 거기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신정부와 연계 속에서 우선순위를 따져 할 수 있는 일부터 차분히 처리해 나가길 바란다. 화해와 협력의 틀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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