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연 주 유엔 북한 대사가 미국과 대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전직 주한 대사들이 북한 방문 계획을 확정했다.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과 북한간 극한 대결로 한반도 정세가 악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져 온 점을 비춰 볼 때 대화와 관련된 두 움직임은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될것 같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방한에 앞서 미국의 고위 관리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화해 협력에 대해서는 강력한 지지를 표시할 것이지만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미~북대화가 아니며 관건은 남북대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부시가 한국에 와서 최소한 한국의 대북 화해 노력이라도 지지한다면 우선 한~미간의 갈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 혐오감을 표시해 온 미국이 갑자기 대화 쪽으로 방향을 전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 개선과 남북간 화해, 협력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상 미국은 남북 대화는 지지하되 미~북 대화는 유보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물론 미국은 이어지는 대북 강경발언 속에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하겠다는 뜻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인 방법 보다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이익에 부합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 미국은 일부 강경 집단들의 압력에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임해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 역시, 한때 북한을 공격하는 것을 고려했으나 강경파들의 요구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결국 미국 전체의 이익에 해롭다는 결론에 도달한뒤 한국측과 공조, 북한 포용정책을 추진했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방한 기간에 진 일보한 대북 제의를 내놓고 뒤이어 미국대사들이 비공식 협상을 통해 북~미간 대화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양국관계가 호전되는 돌파구가 열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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