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공격 3주만에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후세인 정권은 붕괴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막강한 물리적 힘을 동원한 전쟁에서 승리해 다른 한 나라를 완전히 점령한 것이다. TV 화면 속의 바그다드 시민들이 독재자 후세인의 몰락에 열광할지라도 그것은 독재라는 극악 범죄의 인과응보를 말해 주는 것일 뿐 부시 대통령의 공격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초강대국이라고 하지만 타국의 독재자 축출을 위한 전쟁 권한을 부여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후 처리 문제만이라도 미국은 그 최우선 목표를 이라크 국민 위주의 정치적, 경제적 재건에 두어야 할 것이다. .

 승리에 취한 미국의 전쟁지휘부가 주의해야할 것은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다른 강대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이다. 비록 전후 재건 사업의 이권 배분과 관련해 이들 국가들이 미국에 추파를 던지는 딱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번 이라크 전쟁은 미국 제일주의에 따라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힘을 사용해 이익을 차지하려는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심을 최고조에 달하게 만들 것이다. 신보수주의자들이 다극체제를 경멸하고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 강화에만 골몰한다면 국제사회 강대국간의 대결은 더욱 격렬해져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며 미국의장기적 이익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 미국의 균형감 회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종전 이후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다음 목표가 북한이 되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국가에 포함시키고 있어 다음 목표가 북한이라는 우려를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 제임스 켈리 미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9일 또 다시 북한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다짐함으로써 한반도에 전쟁은 없으리라는 노무현대통령의 장담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5월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진전을 얻어내는데 성공함으로써 이라크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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