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불법찬조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17일 울산시교육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의 주요내용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울산지역 인문계 고교의 불법 찬조금 모금과 관련해 ‘인문고 교사의 30%가 학부모들로부터 일체의 금품이나 찬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양심회견인 셈이다.

□전교조 울산지부의 기자회견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 박수를 보낸다. 그러면서 ‘명쾌한 맛이 없어 씁쓸하다’는 속마음도 함께 전한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불법 찬조금 문제를 놓고 인문계 고교만 거론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문고 교사의 30%만 불법 찬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교육현장의 주체인 교사들이 왜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더구나 매사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교조가 아닌가. 혹시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에 실패한 때문일까.

□기자회견의 내용은 한국적 교육현실에서는 ‘너무나 만성화 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금품이나 찬조금모금의 병폐는 인문고와 실업고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또한 인문고 교사만 거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국 교단 전체가 양심고백을 해야 할 만큼 교육계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금품과 찬조금 모금이다. 그런데 일부 인문계 고교에서 그것도 30%만 불법 찬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다수의 교사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고통스럽다. 평생을 사도의 정신으로 참스승의 길을 걸어온 교사들과 애시당초 불법 찬조금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 온 양심교사들이 수두룩한 곳이 교육계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교조울산지부의 ‘한계적 기자회견’으로 해서 침묵하는 다수교사의 입장이 모호하게 돼버린 것 같아 솔직히 아쉽다. 그렇더라도 전교조울산지부가 지적했듯이 “그동안 학부모들로부터 거둔 불법찬조금은 우리 교육의 근본을 뒤흔든 심각한 문제”였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는 근절돼야 하며, 부당하게 모금된 돈으로 집행되는 일체의 행위도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지역 내 24개 인문고의 1천650여명 교사 중 17개 고 512명만 불법찬조금 거부에 찬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 동참교사가 보다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