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예정대로 23일 베이징에서 시작된다. 북한과 미국, 중국 간 3자회담의 형식으로 진행될 이번 첫 만남이 좋은 성과를 얻으면 한반도의 긴장이 극적으로 완화될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지만 반면 회담이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만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끝날 경우 그것은 회담 이전에 비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미국과 북한은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무산시키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성실한 자세를 보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 장정의 좋은 출발점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참가자 모두의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점은 대화 시작 직전 북한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더욱 강조된다. 핵을 재처리 중인 것처럼 말했다가 준비 중이라고 말을 고치더니 다시 표현을 수정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언동은 그 의도가 무엇이던 대화를 무산시키려는 미국내 강경파들에게 더없이 좋은 공격 무기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국의 위세에 눌려 대화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식의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회담 자체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않고 필요한 경우 핵무장도 불사한다는 위협을 던지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방법이 미국과의 대화 성공에 있다면 불필요한 언동으로 파국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와 함께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에 있어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설사 북한핵이 미국과 북한간 양자 문제였다고 하지만 한국이 이 문제로 인한 직접, 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고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적 부담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 배제를 고집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은 이같은 회담에 참여할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지 참여 허용을 부탁하는 것이 아님을 그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 베이징회담의 성격과 관련해 본회담이니, 예비회담이니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그 어느 쪽이던 미국, 북한 양측의 성실한 자세가 없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고 이 경우 한반도의 상공은 더욱 어두운 구름에 덮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긍정적인 한발자국을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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