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251)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요즘은 과거에 비해 해산물을 접하기가 수월해졌다. 우리 집에서도 가끔 생선이 갖가지 양념을 뒤집어쓰고 등장하거나, 생긴 그대로 노릇노릇 구이가 되어 입맛을 자극한다.

TV 등의 매체를 통해 극한작업에 종사하는 현장 영상을 접할 수 있다. 茫茫大海(망망대해)에서 폭우와 폭풍 속에서 목숨을 거는 漁撈(어로)에 종사하는 모습을 접한 적이 있다. 온갖 시련을 겪으며 채취한 해산물인지, 순탄한 작업을 통해 얻은 생선인지 구분하지 않고 소비자는 화폐나 신용카드 등의 換物手段(환물수단)을 사용하여 무심히 구입할 뿐이다.

江上往來人(강상왕래인): 강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但愛鱸魚美(단애노어미): 다만 농어의 좋은 맛을 좋아할 뿐이네.

君看一葉舟(군간일엽주): 그대는 보아야 하리, 한 나뭇잎 같은 조각배가

出沒風波裏(출몰풍파리): 바람과 물결 속에서 출몰하고 있음을.

이 시는 北宋(북송)의 학자 范仲淹(범중엄·989~1052)의 ‘江上漁者(강상어자, 강물 위의 어부)’로서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를 보고 쓴 것이다.

이 시의 내용은 어부가 강물 위에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물고기를 잡고 있지만 강가를 왕래하는 사람은 그 어부의 安危(안위)는 度外視(도외시)하고 다만 어부가 잡은 농어와 같은 물고기의 맛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잎사귀처럼 작은 조각배를 타고 바람과 물결 속에서 출몰하는 어부의 처지를 吾不關焉(오불관언)하는 모습은 상대적인 불평등 속에서 어렵게 사는 불우한 이웃에 대한 가진 자의 무관심과 同軌(동궤)의 것이다.

고난과 역경에 처한 이웃의 안타까운 사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한 번쯤 심각하게 熟考(숙고)할 필요가 있다.

어부가 잡은 물고기, 농부가 생산한 곡식과 채소, 임금 노동자가 생산한 공산품을 효용가치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감춰진 제반 與件(여건)과 隘路(애로), 피와 땀과 눈물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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