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중의, 한시를 통한 세상 엿보기 (252)

▲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농사가 경제의 근간이던 시대에는 가뭄이 들면 중앙정부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祈雨祭(기우제)를 지내거나 水源(수원)의 발굴에 힘을 모았다. 기본적으로 수리시설이 부족한 상태였으므로 그 노력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고난의 과정이었다. 그래도 타들어 가는 곡식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으므로 농민은 밤낮 없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大旱山岳焦(대한산악초): 큰 가뭄으로 산악이 타는데

月窟可焚燒(월굴가분소): 月窟(월굴)까지 태울 것 같네.

稼穡不可救(가색불가구): 곡식농사를 구원할 수 없으니

蒼生轉寂寥(창생전적요): 만백성은 더욱 적막해지네.

(月窟: 달 속의 굴. 蒼生: 모든 백성. 萬百姓)

이 시는 조선 중기 학자 金堉(김육·1580~1658)의 ‘旱(한, 가뭄)’으로 旱魃(한발)로 곡식농사를 망치게 된 백성의 생계를 염려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는 杜甫(두보)의 시 ‘雷(뇌, 우레)’ ‘寄董卿(기동경, 동경에게 주다)’ ‘寄岑參(기잠삼, 잠삼에게 주다)’ ‘贈盧五丈(증노오장, 노오장에게 주다)’에서 한 구절씩을 따서 지은 集句詩(집구시)이다.

가뭄의 엄청난 피해와 고통은 이미 민중가요로 불리기도 하였다.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 중반에 농활 등을 통하여 ‘가뭄’이란 노래를 부른 기억이 있다.

“갈숲 지나서 숲속 길로 접어들어라/ 몇 구비 넘으니 넓은 들이 열린다. 길섶에 핀 꽃 어찌 그리도 말랐나/ 공중에 찬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는가? (후렴)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 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먼지 이는 논두렁엔 들쥐들만 춤을 춘다. 죽죽 대나무야 어찌 그리도 죽었나/ 옛집 추녀엔 이끼들도 말라 버렸다.”

김육의 시와 이 노래는 모두 지독한 가뭄에 고통 받는 蒼生(창생)의 삶을 안쓰러워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고, 요즘은 증가 추세에 있는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지혜가 요청된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