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씨의 사망 원인과 정확한 시기 등에 대한 의문을 시원히 풀어주지 못한 채 결국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20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28일 동안 과학적 수사 방법을 동원하고 송치재 별장 등 주요 장소에 대한 정밀 감식과 인근 주민과 도피 조력자 등에 대한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찰력을 총동원한 한달여에 걸친 수사에도 변사자가 유씨이고 사망 시점이 6월 2일 이전일 것이라는 추정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밝힌 내용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이 사망 원인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다각도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유씨의 사망 원인을 어느 정도 추정해 볼 수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자신을 수행하던 신모씨가 체포된 5월 25일 오후 11시 20분 이후까지 송치재 별장 2층 밀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 어느 시점에 빠져나와 주변을 헤매다 6월 12일 별장에서 약 2.5㎞ 떨어진 매실 묘목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와 고려대학교 법의학팀 등의 법곤충학 기법 등을 활용한 분석을 토대로 유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적어도 10일 전인 6월 2일 이전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경찰이 파악한 유씨의 평소 생활 습관과 환경을 살펴보면 유씨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들이 보인다.
 유씨는 별장에 은신한 이후에도 대부분 별장 안에만 있었고 양회정씨 등이 운동을 권유해도 거절하고 칩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체온관리를 해야 한다며 연중 내복을 입었고 잠을 잘 때 항상 모자(비니)를 썼으며, 평상시에는 책을 볼 때 돋보기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평소에도 적은 양의 식사를 하던 유씨는 별장 은신 후에는 이마저도 줄여 종이컵 3분의 2 분량만 하루에 두 끼를 먹었고, 평소에 스쿠알렌이나 육포를 즐겨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상 수행원이 있어서 지갑이나 휴대전화, 신분증 등을 평소에 휴대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은 유씨가 송치재 별장에 홀로 남겨진 이후 금수원 신도 등이 조직적으로 도피를 돕는 등의 활동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의 조사 내용으로 유추하면 유씨는 별장 밀실에 숨어 있다가 5월 26일 이후 어느 시점에 별장을 빠져나와 1주일가량을 주변 산속과 길에서 배회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경찰이 조사한 평소 생활 습관으로 미뤄볼 때 유씨는 수행원과 연락수단도 없이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매다 배고픔과 추위에 지쳐 쓰러져 결국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씨 시신과 함께 발견된 막걸리병과 소주병, 청미래덩굴 열매, 머스타드 소스 통 등에서 유씨의 DNA가 발견된 점으로 보면 유씨가 헤매는 과정에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이를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찰이 단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톨릭대 법의학과 강신몽 교수의 판단처럼 유씨가 산속을 헤매다 쓰러져 저체온에 빠져 사망했을 것이라는 것이 수사 결과로 유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망원인으로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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