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채 동강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얼마 전 60세 중반의 한 환자가 외래를 왔다. 환자는 10여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를 진단받아 고혈압 약물과 인슐린 치료를 하고 있으며, 몇해 전부터는 양측 하지의 통증으로 신경외과 병원과 정형외과 병원에서 수 차례 척추 수술과 신경 차단술을 시행받았으나 호전이 없다고 호소했다. 환자의 양측 다리는 매우 차가웠으며 발가락 끝은 검은색으로 변하여 괴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환자를 급히 입원시키고 하지혈관 CT 촬영을 했다. 예상대로 환자의 하지동맥은 양측 엉덩 동맥부터 대퇴동맥까지 석회화와 협착이 매우 심하게 진행되어 있었다. 하지 동맥 폐쇄증성 질환으로 진단을 내린 후 1차례의 혈관 내 카테터 시술을 시행하였고 이후로 인조 혈관을 이용해 하지 동맥 우회로술을 시행했다. 수술 직후 환자의 다리 색과 온도는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수술 후 약 1주일 후부터는 환자는 계단을 올라도 다리의 통증이 없을만큼 호전되었다.

식습관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 환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은 하지동맥이 동맥경화 등의 원인에 의해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혀서 다리나 발로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고, 통증·저림·괴사 등이 나타나는 상태를 이른다. 노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며,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가진 환자에서 흔하며 흡연이 중요한 악화 요인으로 밝혀져 있다. 증상이 심한 환자나 급성으로 발생한 경우 빠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흔히 노화에 의한 관절통이나, 척추질환에 의한 방사통으로 여김으로써 그 치료시기를 놓치고 하지 괴사가 발생하여 절단수술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유사한 증상이 있는 경우 보다 관심을 가지고 하지 동맥 폐쇄성 질환이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하지 동맥 폐쇄성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서서히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엉덩이·허벅지·종아리 부위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행하며, 휴식시에는 대부분 이러한 증상이 사라진다. 질병이 진행되면 피부가 차가워지고, 발에서 맥박이 만져지지 않으며,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괴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발이나 하지를 절단해야 한다. 하지 절단 등의 극단적인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질병의 초기에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많은 환자에서 질병의 초기단계에서 심장 혈관 전문의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치료는 병변의 부위와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 경피적 혈관 성형술, 그리고 수술적 치료방법이 있지만 반드시 환자 본인의 위험요소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연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 및 식이 요법을 병행하여야 치료 성적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형채 동강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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