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철 중앙병원 응급의학과장
심정지 응급환자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성공적인 소생술 후 의료진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바로 환자의 뇌 손상 여부다. 뇌가 손상되면 설령 의식이 돌아오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심정지 후 4분 이내로 소생이 되면 뇌손상 및 기능 손상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지만 4분 이상이 되면 뇌손상 가능성이 생기며 10분이 넘어가면 환자는 심한 뇌손상 및 뇌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 심정지 후 소생된 사람의 절반 이상은 병원 내에서 사망하는데 이는 주로 심정지 후 증후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정지 후 증후군 환자의 장기 예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 또한 뇌손상이다. 심정지 후 뇌손상은 뇌의 미세관류장애에 의한 허혈, 2차 재관류 손상 및 조직 부종, 뇌혈관 저항 증가에 따른 뇌 혈류량 감소 등이 소생 후에도 뇌손상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 심정지 후 뇌손상을 예방,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저체온 요법(therapeutic hypothermia)만이 뇌손상의 효과적인 치료로서 인정되고 있으며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저체온 요법은 심정지로부터 순환회복이 되었으나 의식이 혼수 상태인 환자를 32~34℃의 저체온 상태로 24시간에서 48시간 동안 유지함으로써 뇌손상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저체온 요법이 뇌손상을 감소시키는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환자의 체온을 일정기간 낮게 유지하면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분비를 억제하고, 혈액-뇌 장벽 보호, ATP의 보전, 미세혈류의 개선, 뇌압 감소 등의 효과를 통하여 이차적 신경손상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체온 요법은 일반적으로 기도삽관이 이루어진 심정지 후 자발순환이 회복된 6시간 이내의 환자가 받을 수 있으며, 심폐소생술 후 수축기 혈압이 90㎜Hg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 또 심폐소생술 후 환자가 혼수 상태일 때 시행하고 있다.

환자가 저체온 요법의 대상이 되면 한시라도 빨리 저체온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저체온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에는 외부 냉각법, 내부 냉각법이 있다. 외부 냉각법이란 얼음주머니나 담요 등으로 환자의 전신을 덮어 체온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며 최근에는 환자의 혈액 내에 직접적으로 찬 액체를 주입하거나 냉각 도자를 삽입하여 저체온을 유도하는 내부 냉각법 또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저체온 요법을 할 때에는 이 방법들을 각각 또는 함께 사용함으로써 저체온의 유도 및 유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저체온 요법은 체온을 경도의 저체온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에 중증도의 저체온 상태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치료적 저체온 상태에서도 오한, 부정맥, 폐렴 및 패혈증 등의 면역기능저하, 응고장애, 각종 전해질 및 대사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의료진은 주의깊게 환자 상태를 관찰하여야 한다.

이원철 중앙병원 응급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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