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일 굿모닝병원 신경과 전문의
며칠전 외래진료 중이었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50대 중년 여성분이 힘든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섰다. 지금까지는 두통이라고는 전혀 없었는데 몇 개월 전 한 두 차례 비슷한 증상이 있더니 하루 전부터는 참기 힘든 두통이 생겼다고 했다.

뇌출혈 및 구조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뇌자기공명영상(MR) 검사를 권유했다. 그 결과 좌측 측두엽의 지주막하 출혈을 시사하는 소견과 함께 약 5㎜ 크기의 뇌동맥류가 관찰됐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 것이다. 확인 직후, 환자분을 곧바로 응급치료가 가능한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아마 환자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개두 뇌동맥류 결찰술이나 혈관내 시술을 받고 회복중일 것이다.

두통은 1년 유병률이 45~70%인 흔한 증상이고, 전체 인구 중 90%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또 신경과를 방문하는 이유 중에 가장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두통은 여러가지 모습을 가졌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감기만 걸려도 따라오는 경미한 두통이 있는가 하면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극심한 두통도 있다.

또 뇌출혈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의식소실이나 반신마비, 감각저하 등의 뚜렷한 신경학적 이상 소견 없이 두통만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두통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흔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큰병을 시사하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두통 진료를 할 때는 이전 두통의 병력과 두통의 양상 및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여러가지 질환을 감별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할 것인지 결정한다. 부가적인 검사로 뇌컴퓨터단층사진(CT)이나 뇌자기공명영상(MR) 등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들 검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뇌의 구조적인 문제나 응급한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뇌의 문제들은 사진 검사 외에 다른 검사로 확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의심이 되면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한 연구에서는 비급성 두통 환자에서 두부 영상 촬영시에 심각한 두개 내 질환이 발견될 확률을 1.2% 정도로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급성 두통의 경우에는 확률이 더 증가해서 심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나타나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두통을 경험하는 것 같은 벼락 두통의 경우 뇌출혈이 발견될 가능성이 12% 정도로 보고되기도 한다.

△처음 발생된 두통이거나 최근 악화된 두통 △빈도나 강도가 심해지는 아급성 두통 △만성 두통 △항상 한쪽으로만 오는 두통 △약물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두통 △암환자에게서 새로 발생한 두통 △50세 이후에 새로 발생한 두통 등의 경우에는 가까운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반드시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두통을 앓고 있다면 한 번쯤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경증 여하를 떠나 두통은 치료하면 훨씬 나아질 수 있고, 두통 때문에 불편을 겪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황선일 굿모닝병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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