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포켓몬고가 지구촌을 달구는 원인으로 몇 가지 공통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쉬운 조작법, 옛 그리움, 자신감, 탐험, 더 폭넓고 깊은 사교 등등이 키워드로 등장한다.

첫 손에 꼽히는 흥행원인은 포켓몬고를 즐기는 데 따로 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23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에서 온라인 게임을 연구해온 앤드루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쉬운 입문은 게임 흥행의 필수라고 설명했다.

포켓몬고는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수족처럼 다루는 스마트폰, 위치정보 GPS를 게임 도구로 쓴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부담스러워 떠나는 이들이 태반이지만 포켓몬고는 그런 관문이 아예 없는 셈이다.

스네이크, 앵그리버드, 닌텐도 위처럼 대박을 터뜨린 게임들은 모두 이런 특색을 지닌다고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용자가 이미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힌 상태로 포켓몬고에 들어간다”며 “위 테니스를 할 때 이용자들이 자기 몸을 어떻게 쓰는지 이미 알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첫 요소를 가볍게 충족시킨 포켓몬고가 자랑하는 진짜 필승기는 옛 그리움이다.

피카츄, 크랩, 찌리리공, 슬리프, 아라리, 탕구리….

포켓몬고 애호가들은 1995년께 오락게임으로 등장해 어린 시절의 한 구석을 장식한 주머니 속의 특수생명체들을 아직 기억한다.

이제 성인이 된 이들은 포켓몬 얘기를 다시 함께 꺼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풍경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포켓몬고가 다른 모바일 게임과 다른 가장 큰 특색이 ‘노스텔지아’(향수·鄕愁)라고 분석했다.

향수는 자동차부터 과자까지 상품이 무엇인지를 불문하고 도소매업자들의 판촉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포브스는 심리학 저널 ‘인지과학 트랜드’ 5월호에 게재된 논문 ‘동기를 부여하는 향수’를 인용해 향수가 영감을 주고 창의성을 부여하며 사람을 낙천적이고 친사회적으로 바꾼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점이 사실이라면 지구촌이 포켓몬고에 낚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포브스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향수 덕분에 옛 재미,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리지만 동시에 재미난 미래를 갈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게임이 향수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흥행을 위해서는 재미와 참신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흥행한 게임들의 특색을 분석한 결과) 재미를 주는 유일한 길은 이용자가 자신감을 느끼고 탐험심을 갖고 다른 이들과 사회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포켓몬고는 몬스터 수집을 위해 이동하면서 가보지 못한 곳에 가거나 가본 곳의 숨겨진 다른 면모를 느끼게 하는 묘미가 있다.

이용자들은 소셜미디어로 교류할 뿐만 아니라 길에서 우연히 다른 애호가들과 마주쳐 격의 없이 대화할 기회까지 누리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시도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사교의 장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BBC방송은 작년 9월 영국심리학회에 게재된 논문 ‘우리는 왜 소셜미디어를 좋아하나’라는 논문을 인용해 소셜미디어의 매력이 결국 다른 사람을 더 쉽게, 더 깊이 사귈 가능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켓몬고가 일반적 관심사로 떠올라 사교라는 목적을 두고 소셜미디어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관측을 소개했다.

포브스도 “게임을 같이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이용자에게 쉽게 말을 꺼낼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마다 포켓몬고 얘기가 넘치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게임을 더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는 포켓몬고 덕분에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새로 사귀거나 오래 잊고 지낸 친구와 재회했다는 얘기가 수도 없이 들려오고 있다.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포켓몬고가 향수를 전제로 한 자신감, 탐험심, 사교와 같은 게임의 흥행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포켓몬고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완벽한 게임”이라며 “현시대가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미 훈련시켜 놓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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