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역구제도 부활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여야가 모처럼 입을 맞추어 한목소리를 낸다.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 산하 선거제도개혁소위원회가 지난 17일 지역구 부활을 포함한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안을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편법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명실상부하게 정상화할 방법을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발전특위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도 21일 “지구당이라는 구조가 있을 때 현장에 밀착한 여론 수렴을 통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거들고 나섰다.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해 9월 지구당을 부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국민들의 불편이나 불만에 대해서는 하세월이더니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는 금세 한마음이 됐다.

정당정치의 근간인 지구당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정당정치 아래서 지구당의 존재는 장점이 많다. 지구당은 여론 수렴, 지역 맞춤형 정책 개발, 정치신인 육성 등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풀뿌리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지구당이 도입된지 42년만인 2004년 폐지된 이유가 뭘까. 폐지되기 전 지구당은 각종 행사와 당원 관리 등으로 매달 수천만원을 썼으며 선거 때가 되면 금권선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등 ‘돈먹는 하마’로 불렸다. 오죽하면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고비용 저효율 정치’의 원인이라며 지구당을 폐지했을까.

언젠가는 지구당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특히 지역구 사무실을 둘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과는 달리 편법으로 사무실을 운영해야 하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정치활동의 차별해소를 위해서도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정서는 아직도 지구당 부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수많은 비리를 직접 보아왔으며 그 때 정치인이나 지금 정치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이 엄격해지고 사회분위기가 성숙해졌기 때문에 지구당이 있다고 해서 예전처럼 불탈법 돈정치가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고는 하나 우리 정치인을 믿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다. 253개의 지역구 운영에 따른 공식적인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 12년 동안 지구당이 없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퇴보한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불편했던 것도 아니다. 지구당 부활을 논하기 전에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 등의 정치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어놓은 다음에, 국민들이 우리 정치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구당을 부활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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