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길 언양우리아동병원장이 야뇨증을 겪는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5세 이상의 아이들이 밤에 자는 동안에 배뇨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소아 야뇨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소아 야뇨증이란 비뇨기계에 뚜렷한 이상이 없는 만 5세 이상의 아이가 밤에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소변을 배출하는 상태를 말한다. 변비, 유전, 야간 다뇨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이순길 언양우리아동병원장과 함께 ‘소아 야뇨증’에 대해서 알아본다.

야간 방광 용적 저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리적 발달장애 부를수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

소아 야뇨증이란 5세 이상의 소아가 1주일에 2회 이상 수면 중 소변을 보는 현상이다. 이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12세 남자 어린이의 16%, 여자 어린이의 10%가 일 년에 한 번 이상 야뇨증을 보이며 대개 나이가 들면 저절로 없어진다. 하지만 야뇨증을 치료하지 않고 지낼 경우 심리적 발달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며 사회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야뇨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이순길 언양우리아동병원장은 야뇨증의 원인에 대해 △1차적 단일 증상성 △2차적 단일 증상성 △비단일 증상성 △유전적 요인 등으로 나눴다.

우선 1차적 단일 증상성 야뇨증은 △야간 방광 용적의 저하 △야간다뇨 △각성 이상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순길 병원장은 “수면시 각성이 일어나지 않아 방광이 정상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불수의적인 수축으로 방광의 용적이 감소하면 야뇨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야뇨증 어린이의 30%가 수면 시간 동안 방광 용적이 감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경보기 치료를 받으면 밤 중 소변의 생산량을 변동시키지 않으면서 방광 용적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뇌로부터 항이뇨호르몬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소변을 농축시키고,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데 야뇨증을 겪는 어린이는 이 호르몬 수치가 밤에도 낮과 비슷한 정도로 유지돼 수면 중 소변을 누게 된다.

이 병원장은 “단일 증상성 야뇨증을 가진 아동의 30%가량이 항이뇨호르몬 분비 이상을 보인다. 이는 항이뇨호르몬제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야뇨증 환아에서는 비정상적인 수면 형태를 가졌다기보다는 각성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다. 주간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 깊은 야간 수면을 갖게 되고, 요의를 느끼지 못해 수면 중에 소변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비치료만 받고, 호전되기도

2차적 단일 증상성 야뇨증은 6개월 이상 소변을 가리다가 다시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과정에서 부모와의 갈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단일 증상성 야뇨증은 야뇨증과 함께 낮에 소변을 누는 데 있어서도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비단일 증상성 야뇨증은 방광이나 요도 괄약근의 이상과 관련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변비가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변비가 있는 아동의 30%에서 야뇨증이 발견된다. 야뇨증이 있는 아동이 변비치료만 받더라도 대부분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병원장은 “부모 모두 야뇨증이 있었던 경우라면 75%, 부모 중 한사람이 있었던 경우라면 45%, 부모가 모두 야뇨증이 없었던 경우라면 15%에서 야뇨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저녁엔 짜거나 매운 음식 자제

대부분 야뇨증은 성장하면서 호전되므로 치료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뇨증으로 인한 수치심, 불안감, 자신감 결여는 성장기에 인격 형성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병원장은 “변비가 있다면 변비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또 주의력결핍장애가 있는 아동이라면 소아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야간경보기를 사용하거나 이미프라민, 데스모프레신 등 약물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야뇨증은 치료될 수 있는 흔한 질환이고,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면서 치료해 나가야 한다.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물이나 수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녁식사는 가능한 이른 시간에 하고, 식사시 짜거나 매운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기본적인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20%가량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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