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 등)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또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조각·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72년 미술장식의 설치를 권장하는 내용을 시작된 이 법이 1995년 의무조항이 되면서 울산에서도 건축물 앞에, 혹은 아파트 단지 안에 조형작품이 등장하게 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이 제도를 통해 울산시내에 설치된 작품은 401점이다.

문화예술의 진흥을 목적으로 시작된 법이지만 역기능이 적지 않다. 미술작품 선정과 제작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으로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가 하면 주변환경과 조화롭지 못한 작품을 억지로 가져다 놓거나 사후 관리를 안해 오히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자 2011년 법개정을 통해 건축물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했으나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의 건축물 미술작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제도적 보완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허언에 그치지 않을 지 우려된다. 문제점이 노출된 지 십수년이 지났고 제도적 보완도 수차례 이뤄졌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목적을 예술진흥 뿐 아니라 도시미관에 두고 그 대상을 미술작품 설치 뿐 아니라 실내 또는 실외 벽과 간판의 장식, 예술공간의 조성 및 운영 등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작품의 사후 관리가 가능한 기초단체 단위로 심의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정과 제작과정의 비리 근절을 위해 전문기관 설립 등도 검토돼야 한다. 예술진흥 뿐 아니라 건축물의 품위를 높이고 도시미관 기능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