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지 5일이 지났다. 울산은 아직도 복구작업 중이다. 아파트, 주택, 차량, 상가 등을 삼켰던 물을 퍼내고 가재도구를 닦고 말리느라 일손을 멈출 수가 없다. 태화강대공원에서는 장정들이 뻘흙을 걷어내는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 피해 복구에 투입된 인력만도 2만3000여명에 이른다. 300여개의 점포가 침수된 태화·우정시장 등에는 5300여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민은 물론이고 강원도와 대구시, 광주시, 세종시, 충북도, 안양시, 인천시 등 멀리 다른 도시에서 찾아온 봉사자들도 수천명에 이르렀다.

재산상의 손실도 크고 몸도 고달프지만 이같은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에 마음이 훈훈해지고 있다.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데다 믿을 만한 이웃이 없다고 한탄하며 사는 세상이었으나 큰 아픔을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만하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기도 한다. 규모 면에서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 2007년 12월 ‘태안반도 기름 유출’ 때 우리가 경험했던 기적의 단면을 보는 듯한 감동이 이번 수해복구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태화시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물에 젖은 상품을 일일이 들추어 쓸만한 것을 가려내 햇볕에, 바람에 내다 말리고 있다. 역시나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웃을 먼저 살핀 영웅들의 미담도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멀리 나가 있는 동네 동생의 전화를 받고 80대 노모를 구해준 이웃, 시장에서 복구 작업을 하다가 발견한 금반지의 주인을 찾아준 육군장병, 진흙탕 속에서 현금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준 공수특전단, 발빠른 지혜로 고립돼 있던 할머니 4명을 구조해낸 동대장 등의 이야기는 고달픈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세상엔 여전히 선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무엇보다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는 고립된 마을 주민을 구하러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29세의 강기봉 소방교다. 8일 종하체육관에서 진행된 영결식장을 울린 “강기봉 소방교는 귀소하라…”는 동료의 목소리가 마치 지금도 귓가를 울리는 듯 찡하다.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수해 피해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긴급 수해복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으나 마지막까지 시민들 관심이 필요하다. 울산을 방문한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은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끝까지 시민들이 함께 할 때 정부의 대처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