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표된 조선업 관련 주요내용을 보면 정부에 기대했던 공급과잉 문제 해결과 장기적 경쟁력 강화방안 강구에 있어서는 기존 3사가 내놓은 자구안을 요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유휴 도크 가동을 중단하고 태양광, 풍력 등 비조선 해양사업부문 분사를 추진하고, 삼성중공업은 호텔, 선주 숙소 등 비생산 자산을 매각하고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며,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14개 자회사와 조선소 사업장 외의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일단 살아남았다는데서 안도를 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게는 허탈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실질적인 지원책은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선박펀드 활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11조원 규모의 발주를 지원하고, 위기에 빠진 울산과 경남 등 5개 권역에 2020년까지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융자를 시행하는 것이다. 공공자금 지원을 통해 조선업종과 울산 등 지역경제에 숨통을 터줌으로써 경기가 살아나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업계는 조선업의 현실에 대한 정부 인식의 안일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병에 걸렸는데 약처방만 하는 셈이라는 말이다. 특히 정부의 제안으로 3사가 비용을 부담해 맥킨지 컨설팅을 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비용과 세월만 낭비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대우조선이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의 자금부족이 발생해 자력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대우조선은 이미 정부가 수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낙하산 경영진의 무리한 수주와 방만한 경영으로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데다 수주액 등 현재의 실제 지표들로 미루어 보더라도 자력생존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8년께 조선업의 업황의 회복이 예상되므로 그 때 대우조선의 경영이 정상화되면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한다. 또다시 밑빠진 독에 물을 쏟아 붓는 격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정부의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에 거는 기대가 컸던 울산으로서는 그만큼 실망감이 크고 경제회복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