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도심에 100만명의 국민이 촛불을 밝혔다.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희망하는 염원의 불빛이었다. 경찰추산이 26만명이라고 하지만 우리국민들은 100만명에 무게를 둔다. 1987년 6월 국민항쟁 이후 최대인파라는데 이견이 없다. 울산에서도 5000여명이 서울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120여대의 관광버스를 타거나 KTX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서울에 모였다. 서울로 못간 1200여명은 울산 롯데백화점 광장에 모였다. 이날 전국 곳곳에 모인 전 국민의 한결같은 외침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3일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여전히 국민의 분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여야 합의로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권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욕망이 엿보이는 말들일 뿐이다. ‘촛불 민심’은 그들이 물러나는데 어떠한 전제조건도 필요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국정 정상화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전제조건을 내걸 시기는 이미 지났다.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심지어 울산에서는 지난 여름 울산 십리대숲과 대왕암, 신정시장 등을 방문했던 박 대통령의 흔적마저 지우려 애쓰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밥을 먹었던 식당과 고춧가루·과일 등을 샀던 가게들은 대통령이 방문했던 곳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를 해왔으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행인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오히려 손해를 입게될까 현수막을 철거했다. 동구청이 대왕암에 대통령이 다녀간 곳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안내판도 대통령의 얼굴 부분을 긁어놓는 등 훼손이 확인되고 있다. 바닥 민심을 생생하게 대변해주는 일이 울산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의 분명한 거취 표명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 국회의 시국수습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는 진정성을 갖고 헌정질서 유지와 국정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이 기댈 곳은 또하나의 헌법 기관인 국회 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촛불 민심’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준엄하고 도도한 ‘촛불 민심’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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