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비까지 내렸음에도 190만명(주최측 추산 연인원)이 촛불을 들었다. 5차 주말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울산에서도 롯데백화점 광장에 1만여명이 모였다. 지난달 30일 1000여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참가자가 6000여명, 7000여명으로 늘어나더니 이번 주에는 비가 내렸음에도 1만여명(경찰추산 2000여명)에 이른 것이다. 또한 상당수 울산시민들이 서울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적 분노를 짐작하고 남는다.

이날 전국적으로 펼쳐진 집회 역시 150만명이 참가했던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몸싸움이나 충돌은 없었다.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에워싸는 ‘청와대 인간 띠 잇기’가 처음으로 실현되고 청와대에서 약 200m밖에 떨어지지 않는 신교동로터리까지 행진이 이어졌지만, 연행된 시민이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 8시 정각부터 1분간 실시된 ‘저항의 1분 소등’으로 현장에 나가지 못한 국민들의 마음까지 단합시키는 효과적인 이벤트도 있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들이 몇겹으로 둘러싸고 있었으나 과도한 대처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충돌을 피하는 노력도 보여주었다. 시위를 축제의 장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한 차원을 높여나간 것이다.

외신들도 이날의 평화집회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승려·애완견까지 동참…평화 집회”라고 했고, 신화통신은 “한국의 시위 문화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15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왔고, 촛불집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비롯한 측근들이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하며 전 국민을 부끄럽게 했음에도 우리 국민들은 품격높은 집회문화를 통해 국격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혹여 박 대통령이 시간을 끌며 지지도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지 모르겠으나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5주째 이어지는 집회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어떠한 사탕발림에도 흔들릴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친박’으로 불리는 울산지역 정치인들도 민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창당 이후 최저치인 12%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34%) 뿐 아니라 국민의당(16%)에도 뒤진 3위로 추락했다. 대통령에 대한 의리가 아니라 울산시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국회의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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