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성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화장산은 높이 285m의 순한 산이다. 면적은 197만7375㎡에 이른다. 2000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됐다. 2014년 3월 오영수문학관이 들어섰고 수목원, 주말농장, 화훼원, 전망데크, 산책로, 피크닉장, 광장, 주차장, 휴게시설 등이 예정돼 있다. 근린공원 개발 계획이 완성되면 주민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 될 전망이다. 도심 속에 자리한 야산은 많은 외국사람들이 크게 부러워 하는 우리나라의 장점이기도 하다. 화장산은 2013년 대형 화재의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중턱에 자리한 도화습지에서 송사리와 줄새우가 발견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도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언양읍의 허파’가 되기에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화장산의 환경 보전이다. 근린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지난 16년동안 방치함으로써 불법 묘지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묘지들이 종횡으로 줄을 맞추어 빼곡히 들어섰다. 심지어 묘터와 가묘까지 등장했다. 공동묘지를 방불케 할 정도다. 모든 주민들의 공원이 돼야 할 화장산이 묘지로 채워지도록 울주군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묘지가 들어선 곳은 시유지와 국유지가 많고, 일부 종교단체와 송대리 마을회관 소유도 있다. 개인소유지라 하더라도 매장을 제한하고 있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의 허가를 얻지 않은 이들 묘지는 모두 불법이다. 그런데 불법묘지라고 해도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다. 행정력을 동원해 서둘러 원상복구에 나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울주군은 주인을 찾아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미 이행시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한다. 불법묘지의 주인을 찾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묘지이장을 꺼리는 우리의 풍습상 원상복구 명령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화장산이 명당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도 불법묘지가 더 들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늦은 조치가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옛말에 ‘장정 열명이 도둑 한명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더구나 불법묘지 조성은 주로 한밤이나 새벽시간대에 이뤄지므로 행정의 감시망이 좇아가기가 어렵다. 하루빨리 근린공원으로 조성해서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감시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물론 계획돼 있는 시설을 모두 갖추자면 많은 예산이 들어 하세월이 될 것이 틀림없다. 화장산 근린공원은 산지라는 장점이 있으므로 굳이 많은 시설을 갖출 필요는 없다. 언양읍의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연그대로의 화장산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산길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숲을 다듬어 안전성을 확보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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