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재단이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10일 울산문화재단은 울산시청 시민홀에서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문화재단 출범을 학수고대하던 많은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회를 서둘러 가진 것이다. “전국 80여개 문화재단 가운데 출범 1년 안에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사례는 없다”는 박상언 대표이사의 말대로 발빠른 추진력이 돋보인다.

이날 울산문화재단은 비전과 미션, 4대 전략과 12대 전략과제, 핵심가치와 비전슬로건을 내놓았다. 비전은 ‘예술로 새롭고 문화로 행복한 더 큰 울산’이다. 전략에는 ‘예술가들이 활동하기 좋고, 시민들이 문화적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콘텐츠를 발굴해서, 예술로 새롭고 문화로 행복한 도시로 리브랜딩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품격 있고 따뜻한 문화예술도시 구현’을 미션으로 소통과 공감·창의성·전문성·공공성을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뒤늦게 출범하는 문화재단인지라 해야 할 일이 많은 탓인지 무난하게 두루 망라한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은 비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포장을 그럴듯하게 해놓은, 형식일 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형식이 내용을 담는 중요한 그릇이 되기도 한다. 이날 발표된 비전에서 울산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특성과 그에 맞춘 전략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행계획을 통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울산의 특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면서도 그 무난함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문화재단의 비전은 얼핏 비슷하긴 하지만 나름 각 도시의 특징을 담고있기 마련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일상에 스미는 문화의 새물결, 상상력 넘치는 해양문화도시’를 비전으로 해양·미래·순환을 3대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스토리텔링으로 성과를 높이고 있는 대구문화재단은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 다시 시작하는 문화 100년’을 미션비전으로 ‘이야기가 있는 대구문화’를 핵심정책방향의 하나로 꼽고 있다. 충북문화재단은 ‘창조하는 문화예술, 함께하는 감동문화’를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생활문화예술플랫폼사업을 통해 300여개의 주민예술동아리를 만들어냈다.

울산은 산업도시로 급성장한 도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문화분야는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지체돼 있다. 그 때문에 문화 발전에 대한 갈증이 그 어느 도시 보다 크다. 문화재단의 출범이 바로 그 갈증을 풀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문화재단이 없던 시대와는 분명 차별되는 ‘울산형 문화’가 문화재단을 통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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