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공공사업과 관련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객관적 시각에서 장단점을 분석해보면 해법을 찾기가 어렵지 않건만 정치적으로 양극단에 서서 자기주장만 되풀이 하니 풀리기는커녕 더 꼬여들고 있는 것이다. 공공사업 추진여부는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공동체 이익이 절대적 기준이 돼야 한다. 타협을 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일을 해낼 공적 조직도 시급하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말이다.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사업은 신고리 5·6호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중단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사회의 갈등은 대립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설중단을 반대하는 주민·보수 정치인들과 탈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진보정치인들이 서로를 규탄하는 것을 넘어서 지지세 확산에 나섰다. 문대통령이 말한 ‘사회적 합의’는 “안전성, 공정률, 투입·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의 종합적 고려”가 전제돼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의견이 분분하므로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분석해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여론몰이로 결정될 일이 아님이 분명하건만 갈등조정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산재모병원’과 문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을 두고도 두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산재모병원을 백지화하고 대학병원 급의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을 국정위에 요구했다”고 한다. 반면 울산시는 “유니스트의 강점인 R&D를 활용한 바이오사업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계획 하에 “산재모병원으로 출발해서 공공병원으로 확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또한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해결할 일은 아니다. 차분한 검토를 통해 각각의 역할을 따져보면 어떤 길이 현명한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대화부족이 원인이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의 갈등도 다시 불붙고 있다. 15년 동안 3수 끝에 어렵게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으나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관련기관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관련기관인 반대대책위가 공동 식생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반면 울산시는 단독조사에 나섰다. 환경문제가 쟁점으로 드러나 있으나 저변에는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광사업의 추세로 볼 때 환경문제 보다 사업성과 지역발전의 기여도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음에도 양측의 의견 대립으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전국 각지의 유명관광지를 보면 기종과 설치장소가 너무나 다양화됐다. 정치적 견해차를 내려놓고 미래 먹거리인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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