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암각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물에 잠기는 것으로 인해 풍화작용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도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암각화 보존은 물론이고 관광자원화 사업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틈에 인근 지역에서 난개발이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 현장은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암각화박물관과 주차장 사이다. 2곳에서 계곡을 성토해서 주택을 건축 중이다. 주차장 뒤편도 개발 중이다. 형상변경허가구역이 아닌 사유지에서의 개발행위이므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울주군의 고민이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해도 세계적 가치를 지진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주변이 어지러이 개발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이미 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일이다.
울산시는 10여년전 암각화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진입로를 정비했다. 암각화와 가까이 있는 집들을 모두 이주시켰다. 그런데 이제와서 계곡을 성토해 집을 짓는다니 행정의 난맥상이다. 더구나 그 부지가 1991년 울주군이 공매를 통해 개인에게 넘긴 땅이라니 근시안적 행정이 난개발을 부른 셈이다.
문화재 인근 지역이라고 무조건 어떤 건축물도 들어서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용도의 집인지 아직 알 수가 없으나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소규모 숙박업소라면 오히려 관광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수해를 우려해 계곡을 성토까지 했다는 것은 자연환경 훼손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가만히 두고 볼 단계가 아닌 듯하다.
울산에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문화관광자원이 거의 없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변암각화군’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자원이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울산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 만큼 중요한 인류의 유산이다. 그 일대는 이미 공공자산인 것이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엄중한 법적 잣대로 철저한 관리감독을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