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중에 언어폭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응답 학생 10만4708명(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가운데 피해 응답률은 0.8%(814명)로 2014년 1.3%, 2015년 0.8%, 2016년 0.78%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견상 드러나는 수치상으로는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학교 폭력 가해 초등학생 비율이 높은데다 언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걱정이다. 피해 응답률이 중학교 0.4%, 고등학교 0.2%인데 반해 초등학교는 2.0%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복수로 응답한 피해 유형중 언어폭력이 76.5%나 차지, 집단따돌림(35.7%), 신체폭행(26.5%), 스토킹(25.8%), 사이버 괴롭힘(19.4%), 금품갈취(16.3%), 강제추행(16.1%), 강제심부름(9.5%)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이다.

직접·물리적 방식에서 언어·사이버 폭력 등으로 변화 추세에 있는 학교 폭력의 양상을 반영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상황이 울산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최근 3년동안 언어폭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단 한번도 40%를 넘는 경우는 없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언어폭력은 명예훼손, 모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명예훼손, 모욕의 죄에 이르지 않아도 상대방 학생이 이러한 행위로 인해 신체, 정신,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 위협적이고 저속한 말이나 욕설 따위를 함부로 해 상대방에게 두려움이나 불쾌감을 주는 것 자체가 폭력이기 때문이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후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학교폭력 전담교사 대상 역량강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 사이버문화(SNS, 페이스북 등) 이해를 위한 교사 대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언어폭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에도 힘을 쏟았으면 한다. 단순 수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유독 울산에서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언어폭력 양상에 대한 원인도 집중적으로 파악했으면 한다. 제대로 된 언어교육과 학생 눈높이에 맞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학교폭력 유형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때 안전한 학교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