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철이 만난 일과 인생
(1)김광태 의료법인 인석의료재단 이사장

▲ 김광태 이사장이 ‘환자의 만족이 우리 병원의 보람’이라는 울산보람병원 슬로건 앞에서 전국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서울산·남울산보람병원 설립에 이어
IMF시절인 1997년 울산보람병원 개원
울산광역시립노인병원 위탁경영까지
의사가 아닌 경영인으로 의료재단 설립
의료법인 ‘인석의료재단’ 일궈
급격한 의료환경 변화에 능동적 대처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론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고, 해낸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지독히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성공하려면 자신이 좋아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데…. 그렇지만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과 인생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뜻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을 배반하지 않고,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성공’에 다다르기도 하니까. 달콤함보다는 맵고, 짜고, 쓰디 쓴맛을 더 많이 느꼈을 고진감래 (苦盡甘來). 끝없는 도전의식으로 일과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병원경영’ ‘의료경영’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이 있었다. 의사가 아닌 경영인으로 의료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개원만 하면 환자들이 찾아오던 시절로, 의사는 존경의 대상이었고 진료만 해주면 모든 것이 해결됐기에 경영은 신경쓸 필요도 없었다. 병원 관리자에서 출발, 울산보람병원, 남울산보람병원, 서울산보람병원, 보람요양병원, 울산광역시립노인병원(위탁경영)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인석의료재단을 일군 김광태 이사장의 출발이 남다른 이유다. 김 이사장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병원 연수와 견학을 통해 재단 설립때부터 병원의 대형화와 효율적인 운영,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화된 경영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소득 향상과 산업화에 따른 의료수요증가, 의료기관의 대형화와 같은 급격한 의료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선진국형 병원 경영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였다는 것이다.

-울산 의료계에 첫 발을 디딜 당시를 되돌아 본다면.

“1962년 울산공업센터 조성이 시작된 이후 1975년 산업입지개발구역으로 지정·개발돼 국가적인 중화학공업단지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었다. 근로자가 급증하고, 제반 시설들이 하나씩 들어서기 시작, 도시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지만 급격한 인구증가와 울산공단의 활성화에 비해 도시기반시설은 미흡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산업재해환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수요 증가에 비해 의료시설은 절대 부족했다. 종합병원 하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정부에서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또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병원급 의료기관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 의료법인 제도를 도입했다. 인석의료재단은 공업단지 및 의료취약지구(농어촌)에 병원을 건립해 국민의료보험 정착에 함께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해 지금의 동강병원(1982년 개원)이 울산공단 병원으로, 서울산보람병원(1984년 개원)이 의료취약지구 병원으로 출발, 울산 시민들의 의료복지 향상에 앞장 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전문화·차별화’를 지향, 특성화 병원인 여성병원과 노인병원을 만들었다.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을텐데.

“국민소득 향상과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맞아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의료기관의 대형화, 전문화를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병원 경영에도 새로운 학문과 문화가 도입됐다. 많은 병원들이 세계적인 기업 경영문화를 접목하기 시작했고, 나 역시도 그 같은 인식아래 1997년 4월 울산보람병원을 개원해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환자의 만족이 우리 병원의 보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얻어진 보람과 자긍심, 결실은 전 직원들이 함께 공유한다는 명제 아래 무던히 노력했다. 또 선진화된 병원들이 대기업의 경영형태를 가져와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지역병원에도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중소병원이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과별 경쟁을 통한 전문화와 차별화에 의한 수준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전문병원이었다. ‘고객만족’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절부터 환자를 고객으로 인식, 병원이라는 특수성에 바탕을 둔 전문경영법과 마케팅전략을 연구한 결과다. 고객 니즈에 대한 부응과 감동적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과 더불어 의료기관 운영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병원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병원경영에 있어서는 시대흐름을 내다보는 남다른 안목이 있는 것 같다. 1985년 2월 설립된 인석의료재단의 시작이 궁금하다.

“울산이 산업도시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던 시기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몰려들었다. 의료수요도 그만큼 늘었다. 산재환자의 증가는 폭발적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급으로는 감당이 안됐다. 종합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막대한 자본이 요구됐고, 의료법인이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새로운 기회였다. 그렇지만 면단위 농촌지역에서의 첫 병원 경영은 너무도 어려웠다. 지금은 농촌의료취약지구를 지키는 종합병원(서울산보람병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참으로 고단한 세월이었다. 또 1992년 온산공단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남울산보람병원을 설립하는 등 의료인들이 외면하는 울주군 지역의 의료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해 왔다. 1997년 IMF외환위기 시절에는 울산보람병원을 설립했다. 울산광역시립노인병원은 2004년 개원 당시 우리나라 총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 사회를 맞아 꼭 필요한 의료정책에 공감, 본 재단에서 병원부지 및 건축비 10억원을 기부해 설립에 참여한 것이다.”

-칠순이 지난 나이에도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5개 병원 어느 곳 하나 내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다. 문고리 하나에까지 마음이 전달된 곳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내년쯤 한걸음 물러 날 생각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의료환경과 의료시설, 질병변화 등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양질의 의료혜택을 원하는 환자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수시로 변하는 질병패턴을 읽고 합당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울산보람병원만해도 그렇다. 한 아이템으로 5년을 버티기 힘들다.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한 수준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 울산지역 분만의 40% 이상을 점유해 온 대표 산과 전문병원으로 성장해 왔지만 2001년 후반부터 분만율의 급격한 감소와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표방한 병원들의 설립으로 산과진료의 한계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성과 아동에 초점을 맞춘 모자전문병원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또한 5년을 장담할 수 없다. 하루, 하루 무한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울산시민으로부터 받은 사랑도 다 갚지 못했다. 보답할 길을 찾고 있다. 일은 곧 삶이며 인생인 것 같다.” 이태철 논설위원

김광태 이사장

▶김광태 이사장은

1940년생. 한국병원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김광태 이사장은 (사)대한병원협회이사,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 법무부(사)울산·양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초대이사장과 국제로타리 3720지구 총재를 역임하며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의료 및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2003년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으며 두차례에 걸친 성실납세자상과 한국전문경영인학회 한국CEO 대상을 수상하는 등 투명한 경영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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