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위 두차례나 부실 검증...학교장은 사건은폐 시도

▲ 경상일보 자료사진

폭위 두차례나 부실 검증
학교장은 사건은폐 시도
경찰 늑장대응 직무유기 등
학교폭력 관리 총체적 허점

지난 6월15일 울산의 한 문화센터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 울산시 동구의 한 중학교 1학년생 이모(13)군 사건을 수사한 결과 동급생들의 지속적인 학교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두 차례나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학폭위의 부실 검증과 학교장의 사건 은폐 시도, 경찰의 늑장 대응 등 학교폭력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시 동구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 9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울산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다른 지역 출신인 이군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기초인 지난 3월부터 팔과 뒤통수를 때리고 말투를 따라하거나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혔다.

이 때문에 이군은 지난 4월26일 학교 3층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하며 자살까지 시도했다. 이후 이군은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에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고, 센터도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지난 5월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이군의 정신과 치료 전력과 돌발행동을 자주한다는 이유를 들어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을 무혐의 처리했다. 학폭위는 이군에게 정신과 치료와 더불어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통보했다.

이군은 학폭위 이후 지난 6월 울산의 한 청소년문화센터 옥상에 투신해 숨졌다. 이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울산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7월에 열린 위원회도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이군의 학교 교장 정모(52)씨가 수사 무마를 위해 담당 경찰관 조모(40) 경사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 경사는 7월말 경찰청에서 학교폭력조사를 위해 파견했다.

정씨는 조 경사에게 “한두 사람이 다치더라도 다른 사람은 좀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손가락 2개를 펴보였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손가락을 편적이 없고, 술 좋아하시냐는 의미로 잘 부탁한다고 엄지 손가락을 올렸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를 뇌물공여 의사표시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당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교전담경찰관도 직무유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적극적인 조사가 없고, 경찰이 아들의 죽음을 단순 변사로 처리하자 이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을 암시하는 가짜 쪽지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조 경사가 사전에 해당 쪽지가 가짜라는 점을 알고 있었는데 이를 수사팀에 알리지 않아 수사에 혼선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 경사가 가짜 유서를 알고도 묵인했던 점을 확인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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