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의 행복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환경파괴에 대한 무조건적 우려보다는
자연과 조화 이룬 이성적 해법 찾아야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유럽의 지붕이라 일컬어지는 알프스, 그 주봉인 몽블랑은 ‘흰 산’이라는 이름 그대로 만년설을 품은 채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몽블랑 관광의 출발점인 샤모니는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며 알피니즘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 아담한 도시는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휴식처로 누구에게나 두루 만족을 안겨준다. 어린 아이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도 해발 3842m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쉽게 올라가 알프스의 장관을 굽어보며 즐길 수 있다. 바로 산악관광의 명물인 톱니바퀴 열차와 케이블카가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면 중간중간 열차와 케이블카를 갈아타면서 여유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알프스 관광이라면 스위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대의 관광휴양지인 루쩨른은 그림같은 호수와 더불어 ‘악마의 산’이라는 별칭을 가진 필라투스산을 끼고 있다. 관광객들은 루쩨른 시내에서 필라투스산 정상부의 전망대까지 곧장 케이블카로 올라가 알프스의 영봉들을 조망할 수 있다. 앙증맞은 빨간 케이블카는 그 자체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이다. 케이블카가 없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한나절만에 몽블랑이나 필라투스 정상 턱밑까지 올라가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빠듯한 일정에 쫓기는 투어 관광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1962년 국내 최초로 선을 보였던 남산 케이블카는 당시 서울의 명물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근래에는 바다를 조망하는 케이블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컨대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나 여수 해상 케이블카는 모두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반면에 산악 케이블카는 새로 설치하기가 매우 어렵다. 환경 훼손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오래전부터 영남 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전이 매우 더디고 여전히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토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계획을 다듬은 끝에 어렵사리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고 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도 마무리지었다.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를 마친 셈이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서 한번 냉정하게 살펴보자. 환경을 보전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고 목표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그렇지만 어디든 개발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곧 환경 파괴를 야기할 것이라는 인식은 지나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이를 잘 다듬고 가꾸어 얼마든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케이블카 설치만 하더라도,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여 이성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이다. 샤모니나 루쩨른의 케이블카는 자연환경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면서 오늘도 분주히 알프스 산록을 오르내리고 있다. 누구도 이에 거부감을 갖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오리지널 알프스도 그러할진대, 영남 알프스가 그렇게 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하나만 덧붙이자. 영남 알프스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고 누려야 할 자산이다.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도 방법만 있다면 함께 정상에 올라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고 힐링할 권리가 있다. 그런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 또한 자연을 아끼는 정성 못지않게 소중하다. 역지사지,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열린 마음으로 상생의 길을 찾자.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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