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 VDT증후군

▲ 정선영 울산자생한방병원 한의사가 병원을 찾은 학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다.

9세이하 VDT증후군 1년새 4% ↑
청소년 환자 증가율보다 8배 높아
10세 미만의 급성장기 아이들
스마트폰 보느라 경추에 압력
나쁜자세 지속 성장장애 불러
교육 목적이라도 하루 20분만
호기심 다른쪽으로 유도해줘야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아이와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초보엄마 A(32)씨. 미안한 마음에 아이와 함께 외식에 나섰다. 차안에서 칭얼대는 4살배기 딸을 달래느라 결국 휴대전화를 꺼냈다. 휴대전화를 보여주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끝까지 참아봤지만, 거짓말처럼 잦아드는 울음소리에 허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심하게 짜증을 내다가도 휴대전화만 켜면 잠잠해지는 것이 걱정스러워 찾은 병원에서 ‘유아 스마트폰증후군’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스마트폰 발달 VDT증후군 위험 높여

A씨처럼 집은 물론 야외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보여주는 엄마들이 많다. 특히 초보엄마들은 아이 달래는 요령이 익숙치 않아 스마트 기기를 자주 이용한다. 대부분 이유식을 쉽게 먹이거나 카시트에 앉아서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거나 집안일 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언어발달 장애, ADHD증후군(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스마트폰 중독 등 스마트 기기의 부작용이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태블릿PC의 활용빈도가 많아질 것이라는 소식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이처럼 부쩍 빨라진 스마트 환경 노출에 따라 9세 이하 유·아동들에게서 정서발달과 신체발달에서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일컫는 ‘VDT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컴퓨터단말기 증후군)이 급증하고 있다.

정선영 울산자생한방병원 한의사는 “VDT증후군은 스마트폰, 태블릿PC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영상기기를 오랫동안 사용해 생기는 현대병을 의미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이 스마트폰”이라며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하고, 2010년부터 삼성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환경이 활성화됐다. 그런데 이 시기에 태어나 자란 아이들 중 VDT증후군 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유아동 VDT증후군환자 1년새 4% 증가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9세 이하 VDT증후군 진료인원’에 따르면 2016년 9세 이하 VDT증후군 환자는 1만9178명으로 2012년(1만5726명)에 비해 5년새 18%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년간 유·아동 VDT증후군 환자는 전년 대비 4%나 증가, 10~19세 청소년 VDT증후군 환자의 증가율(0.5%)보다 8배 높았다.

이처럼 유·아동을 노리고 있는 VDT증후군의 증상은 A씨의 사례처럼 ‘영유아 스마트폰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또 장시간 화면을 보다 안구건조증과 급성내사시 등의 안과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밖에도 성장기 어린이들의 나쁜 자세 형성과 나아가 성장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나쁜 자세로 인해 유연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경추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 뉴욕의 척추전문의사인 케네투 한스라이 교수 연구진이 국제외과기술저널(Surgical Technology International)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각도에 따라 성인의 경우 최대 27㎏의 부담이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고개를 숙이는 각도에 따라 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달라진다. 평소 일반 성인이 고개를 들고 있을 때 경추에 가해지는 압력의 무게가 4~5㎏인 것과 비교할 때 목을 15도만 숙여도 경추에 12㎏의 부담을 줄 수 있다.

정 한의사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스마트폰에 빠져들다 보면 나쁜자세가 형성되기 쉽고 신체에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아직 근골격계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10세 미만의 급성장기 아이들은 이런 압박이 성장 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 올바른 사용습관 들여야

현대생활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학습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개발되면서 교육적으로도 유용하다. 결국 부모들도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그러므로 스마트 기기는 가급적 늦게 접하는 것이 좋지만, 이왕 사용해야 한다면 처음 접할 때부터 올바른 사용 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육 또는 놀이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에는 하루 사용시간이 15~20분이 넘지 않도록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계속 스마트 기기를 조른다면 다른 것들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육아방법이 아이와의 애착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정 한의사는 “한돌 미만의 영아들은 스마트폰 대신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와 같이 감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전통육아 방식을 추천한다”며 “조금 큰 아동들을 위해서는 동전이나 지갑같은 소도구를 이용한 간단한 마술을 배워두는 것도 아이의 집중을 유도하는데 좋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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