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들의 부당 해고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울산지역 한 아파트의 주민들이 관리비를 스스로 인상하면서 경비·미화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했다. 돈과 비용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꺼이 비용분담을 감수한 결과일 것이다. 참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최저임금 상승의 안타까운 역설에 직면, 실직의 위기에 놓인 우리 사회의 ‘을중의 을’과 상생하려는 지역주민들의 고귀한 뜻이 더욱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울산시 중구청 등에 따르면 235가구 규모의 울산 중구 태화동 주상복합아파트 리버스위트에는 지난해 12월 2018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앞두고 관리비 인상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안내문을 게시한 주민자치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급여가 올라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2가지 안으로 주민투표를 진행한다고 알렸다. 투표안에는 가구당 9000원을 추가 부담해 경비원들에게 2018년 최저시급 7530원에 맞춰 인상된 급여를 제공하는 방안과 휴게시간을 1시간30분 늘리고 근무자 인원수를 조정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투표 결과 경비원 급여를 인상하자는 방안이 입주민 73%의 지지를 받아 6명의 경비원과 미화원들은 근무시간 조정이나 인원 변화없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관리비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있지만 경비·미화원들을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배려와 존중이 담긴 주민들의 선택이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청소, 택배 대리수령과 보관, 어린이 등하교시간대 교통안전관리, 재활용쓰레기 수거분리 등 온갖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미화원들도 깨끗한 환경유지를 위해 낮은 자리에서 험한 일을 하는 ‘을중의 을’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의 노년 인생 마지막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소한 비용부담을 이유로 이들을 해고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니 개탄스럽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을 늘려 소비증가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그 저변에는 빈부 격차 해소, 저소득층 삶의 질 향상이 깔려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갈수록 격차가 심해지는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비용 몇푼을 줄이려고 사회적 약자를 무참히 내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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