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토·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을 근로일로 정의,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한정하는 내용이다. 다만 여야는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를 차등 적용,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1일부터,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1일, 2021년 7월1일부터 시행토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30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2022년 12월31일까지 노사간 합의에 따라 특별연장근로 8시간이 추가 허용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휴일근무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노동계가 요구해 온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고, 현행의 기준을 유지, 8시간 이내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을 넘는 휴일근무에 대해선 200%의 수당을 받게 된다. 대신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를 민간 부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던 ‘특례업종’은 기존의 26종에서 21종을 폐지하고 5종(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만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육상운송업의 하위업종인 노선 버스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한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기본골격은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다. 남은 것은 어떤 식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시키는가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인상보다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장에 급격히 늘어나는 인건비가 문제인 것이다. 자체 흡수능력을 가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특히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이 더하다. 지방 소재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은 제쳐두고라도 사람 뽑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부족한 노동자는 약 4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급격한 실질소득 감소를 걱정하는 영세업체 근로자들의 입장도 살펴야 한다.

중앙정부 못지 않게 울산시를 비롯한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업체 99%, 종사자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 시작 5년이 지났음에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본적인 실태조사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얼마만큼의 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인지, 얼마나 많은 인력이 부족할지 등 기초조사 자체가 되어 있지도 않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업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울산시를 비롯한 지방정부가 나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 대안과 지원책 마련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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