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도서관이 다음달 26일 개관한다. 접근성이 낮다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울산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긴다는 설렘이 있다. 도서관은 그 도시의 품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다. 많은 시민들이 정보를 취득하고 교양과 지식을 높일 수 있는데다 그 어떤 문화공간보다 문턱이 낮다. 음악당이나 미술관 등의 문화공간이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도서관은 다양성이 확보돼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단순히 많은 서적이 보관되어 있는 공간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사고의 폭을 넓히도록 자극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문화적 활동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울산시립도서관도 음악홀, 전시공간, 북카페, 강의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공간적으로 다양성을 갖추었다고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들이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독창적 프로그램과 공간 운용이 전제될 때 비로소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울산시립도서관은 남구 여천동에 자리하고 있다. 접근성이 낮은 곳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 큰 과제이긴 하지만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건축물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관 초창기에 울산시립도서관이 재미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일이다. 그러려면 개관 한달여가 남은 현시점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프로그램이 공개돼 울산시민들이 개관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게 해야만 한다.

울산시립도서관은 개관기념전으로 마을문고운동을 대중화한 엄대섭 선생(1921~2009년)의 일대기 테마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 출신인 엄대섭은 1980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인물이지만 오히려 울산지역에서는 덜 알려져 있어 시립도서관이 그의 일대기를 개관기념전으로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사진과 자료를 통한 평면적 전시에 머물러서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그의 정신을 공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대섭은 1951년 개인 장서 3000여권으로 고향인 울주군에 사립도서관을 설립하고는 탄환상자에 책을 넣어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마을문고를 운영했던 인물이다. 도서관 활성화에 전 재산과 일생을 바친 엄대섭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것만으로도 마땅히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도서관이 활성화돼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전시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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