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엽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정신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우울증이라고 하면 ‘내가 정신병 환자란 말입니까?’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환자들 스스로가 ‘내가 우울증인 것 같다’ 혹은 ‘공황 장애 같은데’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흔히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부정확한 의료정보의 과다 노출로 인해 불필요한 걱정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음도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의료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양극성 장애 혹은 조울병은 최근 들어 많이 알려졌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자신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이 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처럼 양극성 장애는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발생률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도 없다. 유병률이 1%라는 것도 곰곰이 따져보면 적은 수치는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50만명이나 되는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있는 셈이다.

양극성 장애는 젊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전 연령에서 생길 수 있다. 또 가족력이 있어 집안에 우울증이나 조울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유전으로만 병이 발병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출생 이후의 성장 과정이나 주위 환경, 발병 당시의 심한 스트레스 등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양극성 장애 혹은 조울병은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2가지 삽화(조증 삽화와 우울증 삽화)가 교대로 나타나는 병이다. 흔히 입원 치료를 요하게 되는 경우는 조증 삽화 시기이므로 조증 증상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이 병을 진단할 때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 만든 정신 장애를 위한 진단 및 통계 편람(DSM-V)을 따르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증상은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고양된 기분(elated mood)이다. 기분이 들뜨다 보니 잠을 자려는 욕구가 줄어들고 말이 많아지며,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여러가지 일들을 벌이고, 또한 엉뚱한 곳에다 돈을 낭비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환청이나 망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치료가 더 어렵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증상들을 보이고 있다면 빨리 정신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요즘 조울병에 효과적인 약물들이 많이 개발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병 자체가 만성적이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중도에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약물 중단이 재발률을 높이고, 입원 기간을 늘리는 등 치료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 복용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준엽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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