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앞두고 너무나 큰 이견을 드러냈다. 교섭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타협의 의지는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8일 내놓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요구안’에서 올해 임금을 14만6746원 인상하고 자기계발비도 2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임금피크제 폐지, 연차유급휴가 등 무려 67개에 이르는 임단협 갱신 요구안도 회사에 전달했다.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매월 3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노조의 요구안은 최대 호황기 때보다 훨씬 많은 데다, 경영상황이 비교가 되지 않는 현대차(11만6276원)보다도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허리띠를 매고 고통분담을 통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시기에 호황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회사의 희망퇴직 시행에 맞선 파업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대해 회사는 20일 △기본급 동결과 경영정상화까지 기본급 20% 반납 △월차 유급휴가 폐지 후 기본급화 △연차 유급휴가 근로기준법 기준 적용 △지각·조퇴 시 해당 시간분 임금 감액(감급) 규정 신설 △불임수술 휴가(3일) 폐지 △조합 투표·유세시간 등 인정시간 축소 후 기본급화 △임금피크 적용 기준 만 59세에서 만 56세로 변경 등을 담고 있는 ‘2018 임금과 단체협약 개정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관행적으로 유지돼 오던 월차유급휴가 등을 없애기로 하는 등의 강력한 개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미뤄 노조의 요구안이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앞서 지난 3일 회사는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조기정년선택제 시행도 통보했다. 그동안 희망퇴직과 급여반납 등이 비조합원들만 대상으로 이뤄졌으므로 노조의 고통분담은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위험해 보인다.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배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공동체라는 기본적 공감대마저 상실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대중공업 해양 부문은 8월이면 야드가 텅 빈다. 20조가 넘던 매출은 7조원대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 1600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는 더 큰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노사가 한마음으로 나서도 글로벌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시점에 이처럼 등을 돌린채 제각각 자기 앞만 보고 달려서는 협상은 물론 회사의 미래도 없다. 지역경제에 몰아칠 찬바람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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