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11)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는 “오염물질의 검출이 중요한게 아니라 농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살피고, 어떻게 관리할 건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수기자

여름철 타지역 PAHs농도 낮아지지만
울산은 여름에도 일정수준 유지
산단·도로의 오염물질 내륙 이동 원인

눈에 드러나는 환경오염원 못지않게
대기·수중 독성물질에도 관심 가져
‘울산형’ 미세먼지 대책 마련해야

대기분야, 기초연구·연구인력 늘리고
미세먼지 배출원 정량적 파악 중요
정보공개·대응 시나리오 준비도

미세먼지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외출할 때면 날씨 못지 않게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게 된다. 특히 근래들어 울산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울산시민들이 미세먼지에 예민해져 있다. 최근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가 논문을 통해 “울산의 미세먼지 속에 독성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농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여름철에 접어들어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울산지역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최교수를 만나 연구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대응책도 들어본다.

△봄철이 지나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다소 가라앉은 시점에 국제과학저널 <환경오염>에 발표된 ‘울산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계절적인 농도변화와 기체입자상 변화’라는 논문의 내용은 울산시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번 논문의 핵심은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여름철에도 울산지역 미세먼지에 함유된 PAHs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미세먼지채집기를 UNIST 캠퍼스에 설치해놓고 수년째 매주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계절별로 분석한 결과 겨울(1~2월)과 봄(3~5월)의 PAHs 농도와 입자상 비율이 모두 증가했다. 여름(6~8월)이 되면서 전체적인 미세먼지 양은 줄었지만 PAHs 농도는 미세먼지 양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드는 여름에는 PAHs 농도가 상당히 낮아진다.”

△울산의 미세먼지 속 독성물질의 원인이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탓이 아니라 국가공단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인가.

“PAHs는 유기물의 불완전 연소시 나오는 독성물질이다. PAHs에 있는 수백종의 물질 중 하나인 벤조피렌은 1급 발암물질이다. PAHs는 차량에서도 배출되지만 울산에서는 석유화학공단, 비철금속공단이 주요 오염원이다. 울산 동쪽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와 주요 도로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해풍을 타고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PAHs 농도가 여름에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음식 조리시에도 PAHs가 발생하나.

“음식을 태울 때 많이 나온다. 장소가 협소한 일반 가정에서 충분한 환기 없이 생선구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UNIST캠퍼스는 지리적으로 공단으로부터 많이 떨어진 산 속에 있다. 공단 주변은 오염도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본다. 장소별 데이터는 있는가.

“연구 자료는 있으나 논문으로 발표가 안돼 공개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여러 자료에서 시내와 공단 쪽의 오염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동·북구에서 농도가 높다.”

△최근 몇년 사이에 울산의 공기가 많이 나빠진 느낌이다.

“유독 작년부터 심해졌다. 중국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이 생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미세먼지는 두종류다. 굴뚝과 같은 배출원에서 직접 나오기도 하고 대기 중 기체들이 광화학반응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되기도 한다. 디젤 자동차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은 대기 중에서 질산염이 돼 미세먼지가 된다. 석유화학단지 주변에 냄새가 난다는 것은 화학물질이 누출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공업지역에서는 냄새가 심하지 않다. 울산시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은가.

“대기건, 토양이건, 음식물이건 모두 오염돼 있다. 아무리 깨끗한 곳이라도 오염물질은 모두 나온다. 오염물질의 검출이 중요한게 아니라 농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살피고, 어떻게 관리할 건가를 고민해야 한다.”

△울산환경개선의 상징인 태화강 수질에 대한 연구도 했던데.

“10년 전 울산에 오자마자 태화강 수질 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에는 ‘태화강 수계의 중금속 농도 분포와 오염도 평가’라는 논문을 썼다. 연어가 돌아오는 등 태화강 수질개선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여전히 중금속과 항생제 등이 검출됐다. 하천수가 깨끗해 보여도 그 안에 상당히 많은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어패류에 축적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환경오염 보다는 미량 독성물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은 ‘있음’, ‘보이지 않는 것’은 ‘없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정책도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수질에 집중돼 있다.

“대기분야는 수질 분야에 비해 연구 인력도 부족하고 기초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관리를 위한 연구 투자가 부족했다. 대기오염은 수질에 비해 관리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수질은 물을 떠와서 분석하면 되지만 냄새는 현장에 가보면 끝난 상황일 때가 많다. 굴뚝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것도 위험하다. 공장 굴뚝에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는 TMS(원격감시체계)는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기준성대기오염물질에 국한된 센서다. 다이옥신과 같은 유기독성물질을 감지하는 센서는 없으므로 직접 채취해서 실험실로 가져와서 분석을 해야 한다. 실시간 분석이 불가능하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대기환경 정책에 소홀했다고 본다.”

△TMS의 성능 향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가.

“미량 독성물질의 농도는 매우 낮아서 정확한 농도를 알기 위해서는 공기포집량이 매우 많아야 한다. 미량 독성물질이라든가 환경부에서 관리가 잘 안되는 독성물질은 대개 농도가 낮다. 환경 중 다이옥신의 시료채취를 하려면 공기 1000㎥를 필요로 한다. 시료 하나를 채취하는데 1일, 분석에는 1주일 이상 걸린다. TMS로 실시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동화된 장비가 있긴 하다. 울산시도 8월 중 도입한다. 그 장비를 차에 싣고 실시간 울산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일부 미량독성물질의 오염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안전한 울산을 위한 제안’이라는 논문도 발표했던데, 대기오염 문제와 관련,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가.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산업단지와 항만(선박배출)에서의 먼지 배출과 2차 생성을 유발하는 VOCs와 같은 전구물질에 대한 저감이 우선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세먼지 배출원, 지역 배출과 외부유입에 대한 정량적인 파악이 필요하다.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울산시가 자체적으로 주요 기업체의 화학물질 사용정보를 가공하여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주민들이 알권리를 확보함으로써 기업체가 자발적으로 화학사고 위험을 낮추고, 시민 안전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화학사고 발생 시 어떤 대책이 있는지 명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대응 시나리오도 준비해야 한다.”

△울산은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거듭난 도시다. 환경분석 전문가로서 울산은 연구환경이 어떤가.

“미량독성물질에 관해 울산은 여전히 환경연구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어서, 어디부터 연구를 더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할 일이 많다. 반면 지자체와 기업체의 환경 기초연구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 울산과 같이 경제적 여건이 되는 도시에서 이렇게 환경관련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너무 놀랐다. 울산시가 동남권 대기환경청 유치에 나섰는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울산에서 생활하기는 어떤가.

“UNIST에 부임한지 10년째다. 교내 연구여건은 전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그러나 문화생활과 자녀교육 등 정주여건이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만 중고등학교 갈 때 되면 고민이 될 것 같다.”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최성득 UNIST 교수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학사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공학석·박사
-포항공과대학교 환경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미국 토론토대학교 물리환경과학과 박사 후 연구원
-UNIST 도시환경공학부 정교수(학부장)
-환경부 장관 표창
-한국환경분석학회 학술상
-한국대기환경학회 신진연구자상
-국내외 학술지 논문 100편 이상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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