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우수성 알리려 동분서주한 활약상 부각

▲ 창작뮤지컬 ‘외솔’이 8~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주·조연 망라한 모든 배우들

동선·디테일한 몸짓 ‘호평’

울산발 창작뮤지컬 가능성 보여

무겁고·식상한 스토리는 한계

외솔 역 톱클래스 배우 썼지만

배우 간 조화로운 연기 아쉬움

슬픔과 애환, 사랑과 기쁨을 표현하는 우리말 ‘한글’을 지켜내기 위해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울산 출신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를 기리는 창작 뮤지컬 ‘외솔’이 올해도 짙은 감동을 선사하고 막을 내렸다.

올해 5년째 무대에 올려진 이 작품은 시각적 효과를 높인 연출력,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과 안정적인 군무, 조명을 활용해 극적 효과를 끌어올린 무대 디자인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뮤지컬 외솔은 최현배(1894~1970)의 삶과 업적을 2막에 걸쳐 구성했다. 1막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그를 중심으로 주시경, 김두봉, 이윤재, 정태진 등 동시대의 선각자를 두루 조명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2막은 최현배의 주 업적인 우리말 큰사전이 편찬되기까지 녹록지 않았던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어릴 적부터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란 최현배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 신문을 읽어주고, 이 모습을 눈여겨본 김두봉은 훗날을 기약한다. 이후 한성고등학교에 입학한 최현배는 종로에서 김두봉과 재회하고, 스승인 주시경을 만나 한글 연구라는 평생의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일본헌병들에게 붙잡혀 갖은 고문을 받게 된다. 함흥형무소의 차디찬 바닥에서 지쳐가던 중 그토록 기다리던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유의 몸이 된 최현배는 우리말 큰사전 편찬에 자신의 삶을 바치리라 맹세한다.

특히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외솔이 거리에서 편지를 대신 써주고 읽어주는 장면(1막)과 조선어대사전을 만들기 위해 방방곡곡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운동 장면(2막)이 압권이었다. 가슴을 울리는 대사와 배우들의 호연, 한글의 우수성과 이를 알리는데 동분서주한 활약상이 부각돼 관객들의 집중도를 한껏 높였다. 일본헌병들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신도 주요 볼거리였다. 뮤지컬 ‘영웅’을 제작했던 한아름 작가와 박경수 안무가가 다시 만나 탄생한 작품인 만큼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의 동선과 디테일한 몸짓에도 신경을 쓴 느낌이 강했다.

다만, 선각자의 삶을 이끌어가는 뮤지컬인만큼 다소 무겁고 식상할 수 있는 스토리는 여전히 한계였다. 공연관람 이후 일부 관객은 외솔의 일대기를 스펙터클하게 극화하는 작업이 지속되면서 부담감과 피로도를 느꼈다는 후기를 내놓기도 했다. 청춘을 다 바쳐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내고자 한 외솔의 열정을 전달하고자 한 제작진의 노력은 돋보였으나 관객이 그의 고뇌와 절규를 따라가기엔 벅찼던 것이 사실이다. 외솔이 왜 그토록 김두봉과의 이별을 슬퍼했는지, 전쟁의 위기감과 긴박함이 얼마나 고조됐는지에 대한 감정 전달도 부족했다. 결국 관객과 배우가 통일된 감정선 안에서 감정적 교류가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올해는 타이틀롤인 ‘외솔’ 역에 최고의 기량을 갖춘 톱클래스 배우가 새롭게 기용됐다. 하지만 공연을 불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합류, 극의 70~80%를 끌고 가는 비중있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전 출연진과의 ‘케미’를 높이는데는 연습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였던 지난해 공연에 비해 일취월장한 무대와 영상디자인에 비해 정작 배우 간의 조화로운 연기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외솔’은 울산발(發) 창작뮤지컬의 가능성 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외솔의 고고한 삶과 묵직했던 걸음이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지역을 너머 대한민국 전역으로 울려퍼지길 기대해 본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