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결혼 후 당신은 눈빛, 행동, 언어를 통해 배우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 지 추측한다. 하지만 잘 구분해야 한다. 과연 그 생각과 감정의 주체가 과연 배우자인지 말이다. 혹시 당신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은 아닐까? 결국 당신은 생각과 감정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구분하지 못할 때 오해라는 깊은 늪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판단한다. 내가 스스로를 충분히 만족스럽고 괜찮은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타인이 나를 보는 관점도 그러하리라 믿게 되고, 스스로를 불만족스럽게 바라본다면 타인이 생각하는 나도 그렇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부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othello)를 한번 보자. 아프리카 무어인 출신 장군인 오셀로는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왕족인 데스데모나와 결혼한다. 그는 평생 아내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하지만 그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고 그녀를 살해한다. 이후 그는 아내를 오해했음을 알게 돼 자살을 선택한다. 대체 오셀로는 어떤 이유로 아내를 믿지 않은 걸까?

극 중 오셀로의 부하인 이아고는 이간질에 아주 능한 간신이다. 그는 세치 혀를 놀리며 오셀로가 아내를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사실 오셀로가 끔찍한 짓을 저지른 건 자기 내면의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평정심을 잃은 것에서 찾아야 한다.

평소 오셀로 장군은 왕족인 아내가 이민족 출신인 자신을 사랑해줘서 행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내면에는 아내가 자신을 떠나 같은 피부색과 배경을 가진 남성을 사랑할 지 모른다는 불안도 존재했다. 결국 이아고는 오셀로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을 알아채고 이를 자극했다. 이아고는 측근 중 잘 생기고 성격이 유순한 카시오를 이용해 오셀로의 열등감을 자극한 것이다. 질투에 눈이 먼 오셀로는 아내가 카시오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한 나머지 아내를 살해한다. 만약 오셀로가 자기 자신을 아내가 사랑할만한 남성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이아고의 세치 혀가 떠드는 소리만으로 아내를 살해하진 않았을 것이다.

부부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금 머릿속을 뒤흔드는 생각이 과연 사실인지 아니면 공상에 불과한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내면의 소리를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항상 대화를 통해 검증하고 또 검증해야 한다. 부부 관계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어느 관계보다 편견에 빠져 서로를 오해하기 쉬운 관계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영화 ‘오만과 편견’ 중에서)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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