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트리티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장을 꺼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0년간 2200조 쏟아붓고도
해법 못찾는 아프간 털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등
당면 현안 자원집중 의지
트럼프 시절 본격 추진돼
바이든 대통령이 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20주기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을 결정했다. 이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같은 당면 현안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경쟁이 첨예해지는 와중에 이미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 아프간전에서 속히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어서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말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군을 공식 발표하면서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과의 전쟁으로 돌아가는 대신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도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점점 더 자기 확신에 찬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극심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신기술과 사이버위협을 통제할 국제규범이 독재자들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적 가치에 기반하도록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2조 달러(한화 2200조원) 넘는 돈을 20년간 쏟아붓고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 아프간전의 수렁에 계속 발을 담그는 대신 미국의 이익이 직결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등 당면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아프간 철군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일치하지만 취임 3개월도 안된 시점에 서둘러 완전 철군 발표가 이뤄진 것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워싱턴포스트(WP)에 “대통령은 미국에 가장 격심한 위협과 도전에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 인력,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깊이 믿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20년 된 아프간 갈등을 그만두고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꼽으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대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 기후변화 대응 등도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어젠다다.

미 당국자들은 WP에 ‘9월11일’이라는 철수 시한도 확고하고, 대테러 대응을 위한 소규모 병력이 남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간 상황이 악화된다고 해서 미군 철군 일정에 변동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이건 (아프간 상황에 따라) 조건에 기초한 철수가 아니다. 대통령은 지난 20년간의 접근방식이었던 조건에 기초한 접근이 아프간에 영원히 남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했다.

결국 아프간 철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추진해 바이든 대통령이 끝내게 된 셈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조율을 거쳐 질서 있는 철군을 추진한다는 점 정도로, 나토도 이날 미국과 함께 철군하는 데 합의했다.

WP는 “아프간의 경우 바이든은 트럼프와 사실상 공유하는 목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임기 내 완전 철군에 실패했지만 5월1일을 시한으로 설정했고 바이든은 시한을 몇 달 정도만 늘린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은 절대 그 용어를 쓰지는 않겠지만 아프간 철군은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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