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재개발·재건축으로 사택도 아파트단지로 변모
1960년대 단지형 사택 시작
1990년대엔 아파트형 변모
사택 주변 인프라 확충되며
부지값 껑충 기업자산 역할
대다수 매각 아파트 들어서

산업수도 울산의 독특한 주거문화인 ‘사택(社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재건축·재개발 붐이 일면서 사택이 있던 자리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등 옛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위해 조성한 사택을 국가주도 산업화 맥락에서 현대 산업유산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본보는 울산 사택의 변화상과 현존하는 사택을 도시재생, 관광자원화와 연계하는 활용방안 등을 살펴본다.

◇울산산업史와 함께 한 사택문화

울산에 사택이 등장한 것은 1960년대 국가 주도 공업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사택은 회사에서 임직원과 그 가족을 위해 제공하던 주거처로, 울산이 공업도시로 성장하면서 곳곳에 생겨났다. 1960년대에 단지형 사택이 들어서기 시작해 1990년부터는 아파트형 사택으로 사회적 흐름을 따라 변화해왔다.

사택 주변으로 학교 등 인프라가 확충되자 높아진 사택 부지 가격은 회사의 부동산 자산으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 회사 측이 사택을 개조·변형하다가 부동산 자산 효율화를 위해 공동주택 부지로 매각하면서 옛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현재의 사택은 기숙사형, 빌라·오피스텔 임대형 등 제공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특색이 옅어졌다.

◇재건축·재개발 이어져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진 울산의 사택은 20년새 3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의 관련 논문에 따르면 2003년 당시 48곳에 달하던 사택은 현재 10곳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이같은 재개발·재건축은 이어져오고 있다.

1969년 지어진 남구 무거동의 한화사택은 지난 9월 중순 울산시로부터 주택 허가 승인을 받았다. 한화사택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5층, 8개동 규모로 816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남구 신정2동 S-OIL 사택도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S-OIL측은 2021년 C-03 구역 주택재건축 내 사택 부지를 동원개발에 매각했다. 이후 재건축 추진 방식을 두고 수년째 협의중이다. C-03 구역 전체 사업 부지 중 34% 가량을 차지하는 옛 S-OIL 사택은 1979년 준공 당시의 건물 원형은 보존한 채 일부 동원개발 직원 사택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직장 주도로 변신하는 사택도

1977년 건립된 남구 선암동의 풍산 사택은 2년가량 비어있는 상태다. 풍산 측이 직장주택조합을 준비하면서 재건축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풍산 사택은 현재 울산시의 건축 심의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풍산 측은 직장주택조합 형식으로 재건축해 사원에 우선 분양한 뒤 일반 분양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은 2025년 상반기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을 마무리 짓고 분양에 들어간 곳도 있다. 1976년 지어진 남구 신정2동 LG하우시스 사택부지다. LG하우시스는 2020년 630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 현재는 지하 4층~지상 29층, 3개동에 273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이 들어서 있다. 입주는 내년 7월께로 예정돼있다.

여전히 기업체 임직원들이 거주 중인 곳도 있다. 1968년에 조성된 남구 옥동 효성사택과 1974년 건립된 야음동의 한국알콜산업사택 등이다. 이들 기업은 추후 개발 계획 없이 사택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