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장례문화 다변화, 선제적 방안 마련돼야
봉안함 늘리기로는 역부족
제2추모의집 건립 서두르고
사설수목장 등 확충 나서야
자연장지 안치율 20% 안돼
인식개선 통해 이용 유도를

우리나라 장사문화는 과거 묘지방식에서 벗어나 화장문화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높아진 화장률 탓에 울산지역 유일한 공설 봉안시설인 울산하늘공원은 만장을 앞두고 있다.

울산시는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해마다 2000~3000여기씩 봉안함을 늘려가고 있지만, 사설 수목장 도입 등 시민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양한 장묘 인프라 구축돼야

2022년 말 기준 울산지역 공설 봉안시설 총 봉안능력은 2만846구, 법인·종교단체 봉안시설의 총 봉안능력은 5840구로 집계됐다.

인근 부산지역 공설 봉안 능력은 20만4008구로 울산의 10배 수준이며, 사설 역시 9188구로 울산 대비 두 배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과 비슷한 규모의 광역시인 대전도 공설 6만4034구, 사설 1만2724구로 울산의 두 배에 달했다.

더욱이 여러 유형의 장사시설을 갖춘 타 지역과 달리 울산은 공설 봉안시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마감을 준비하는 ‘웰엔딩(Well-ending)’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사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결국 외지로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고차원의 상조 서비스나 장묘 시설 수요에 맞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제2 추모의집 건립도 지연

울산시는 200억원가량을 투입해 기존 울산하늘공원을 증축하는 제2 추모의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 4층, 연면적 4807㎡ 규모로, 3만4000여기의 봉안함을 안치할 수 있는 규모다. 제2 추모의 집은 2025년말 준공 예정이지만, 기본설계 용역 과정이 길어지면서 착공이 늦춰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2026년 6월은 돼야 준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제2 추모의집 건립에 이어 2028년 이후 이용 기한이 만료되는 봉안함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2013년 문을 연 울산하늘공원의 봉안함은 15년 단위로 계약된다. 즉, 오는 2028년이면 15년째에 접어들게 되고, 기한이 만료된 봉안함은 연장 또는 반출을 선택해야 하는데 한 번 봉안한 유골을 반출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례의식 변화 유도할 정책 필요

현재 울산의 봉안당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연장 시설 이용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는 자연장 시설로 수목장 2000㎡(2730구 안장), 잔디장 9307㎡(5만7770구 안장)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장 규모와 수급 능력은 봉안당 수요 부족분에 대응할 수 있고, 화장률이 100%에 이른다 하더라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하늘공원 내 잔디장·수목장 안치율은 10~20%에 불과해 기존 자연장지의 조경 보완 등 공간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설 봉안시설의 경우 수목 1그루당 여러 유골이 안치되는 등의 이유로 유족들의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난해 울산연구원이 실시한 ‘장사시설 수급 전망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자연장 방식에 반대하는 이유로 ‘소홀한 유골 취급(51.9%)’이 가장 컸고, ‘조상에 대한 예의 부족(22.2%)’이 뒤를 이었다.

이에 사설 납골당 처럼 종교단체나 공익단체, 재단법인 등이 운영 가능한 사설 수목장 등 확충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용인의 경우 사설 수목장이 번성해 인근 수도권의 자연장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호 울산연구원 박사는 “장례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 아니며, 자연친화적인 자연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 의식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박사는 “보건복지부는 내년까지 ‘산분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면서 “울산시 역시 산분장의 제도화에 대비한 정책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