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끝)국립 울산 탄소중립 전문과학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
울산 탄소중립 전문과학관 조감도
2026년 탄소중립 전문과학관 개관
울산의 친환경 산업역량 알릴 기회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특성을 반영
나열식보다 체험하고 느끼며 학습
우리사회 현안에 대한 해결책 모색
울산과학관과 시너지도 고민 필요

▲ 울산 탄소중립 전문과학관 조감도

울산은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문화시설이 없는 지역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국립문화기반시설이 없는 지역은 울산, 인천, 대전 등 3개 지역에 불과했다. 인천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고, 대전은 2026년 상반기 전시관 기능이 있는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를 개관한다. 울산에도 전국 유일의 문화시설, 세계인이 주목하는 국립 문화시설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립 탄소중립전문과학관 건립 최적지로 울산을 선정했다.

전국 최초로 건립되는 탄소중립 전문과학관은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인근의 옛 유류부대 터에 들어설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분야의 깊이 있는 콘텐츠를 다루는 전문과학관이야 말로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산업수도 울산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시설이다. 비록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험로를 겪고 있지만, 탄소중립 전문과학관을 통해 울산의 친환경 산업역량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독일 클리마하우스
▲ 독일 클리마하우스

◇울산 탄소중립 전문과학관 2026년 개관

국립 울산 탄소중립 전문과학관은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이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6년 개관한다.

총사업비 487억원이 투입되는 전문과학관은 부지면적 2만172㎡, 지하 1층, 지상 3층에 전시면적 3058㎡를 포함한 연면적 7358.06㎡ 규모로 지어진다.

앞으로 진행될 실시설계 방향은 탄소중립 전문과학관으로서 상징성과 특수성을 갖추고, 울산지역에 첫 건립되는 국립과학관임을 감안해 지역적·문화적 가치와 특성을 반영하고, 주변 환경과 공원계획에 부합한 창의적인 건축물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또 개발제한구역임을 감안해 이미 훼손된 지역(환경평가등급 3등급지 이하)을 활용해 형질변경 면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 폴란드 코페르니쿠스 과학센터
▲ 폴란드 코페르니쿠스 과학센터

아울러 변화하는 탄소중립 과학의 특성을 고려해 가변형 공간구성과 증축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전시관은 실험, 체험 교육 등이 가능한 통합 공간 및 제반시설을, 비대면 시대에 대비한 스튜디오형 실험실을 계획하고 있다.

과학관의 주요 시설은 △4D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구기후 및 환경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탄소중립 세계 기후관 △미래자동차, 미래에너지, 지능형 도시 등 울산의 주요 탄소중립 산업에 대한 테마별 전시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을 활용한 탄소제로 실천체험 등이 가능한 탄소중립 참여학습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 네덜란드 네모과학박물관
▲ 네덜란드 네모과학박물관

◇기존 과학관과 차별화위해 전문성 높여야

산업특화 미래형 과학관인 국립 전문과학관이 울산에 건립되면 울산시의 탄소중립 및 친환경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과학문화 인프라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기존에 울산이 보유한 울산과학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미 울산과학관이 울산과학교육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 탄소중립을 전문으로 하는 과학관이 들어서게 된다. 두 시설이 전혀 상반되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시설이나 기관이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울산과학관과 탄소중립 전문과학관이 각각의 기능을 발휘하며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술적인 연구 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비록 울산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는 어렵겠지만 작지만 소소하게, 차별화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찾은 국내외 우수 과학관은 대부분 체험 중심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었다. 학습적인 나열보다는 몸소 체험하고, 느끼면서 배우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코르푸스(Corpus)과학관의 야녜스 알더스(Jannes aalders) 운영책임자는 “규모가 작더라도, 해당 과학관이 추구하는 기본 방향을 잘 살려낸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 과학관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우선 구축하고, 시대 변화와 대중의 선호에 따라 기획전, 특별전 등을 꾸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구과학관
▲ 대구과학관

◇“기후변화 넘어 ‘기후적응’ 고민해야 할 때”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과학관을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중심기관으로 자리를 잡도록 만드는 일이다.

울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과학관을 찾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인적 기반을 마련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 문제는 오래 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과학관이 울산보다 앞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보다는 기후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은 앞으로도 꾸준히 논의되겠지만, 현재 당면한 과제를 넘어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콘텐츠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전문 과학관인 독일 클리마하우스의 홍보담당자 홀거 복홀트(Holger Bockholt)는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넘어 이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후적응’을 테마로 한 전시들이 기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울산지역 내 2개 신문사(경상일보·울산매일신문)가 함께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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